그림/야생화

장마비가 잠시 멈춘 산책길

nami2 2021. 7. 8. 21:49

일주일 가까이 비가 내리다가, 잠시 휴식을 갖고 싶어하는 빗방울의 향연이 멈추고 나니까

그동안 대충했던 걷기운동을 보충하기 위해, 발길 닿는대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았다. 

우산을 쓰지 않은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웬지 홀가분하다는 생각 까지 들었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도 불평,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불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어디서 어디까지가 정석인 것인지 가늠이 안되지만....

갑작스레 날아드는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 파악 문자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 괜한 짜증으로 다가왔다.

 

텃밭에서 혼자 일할때도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다보니, 생각치도 않았던 턱 밑에 땀띠가 생겨났는데

며칠동안 장마비 덕분에 땀띠가 수그러 들었건만

장마가 끝이난 무더위에 어찌 마스크로 꼭꼭 얼굴을 가려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아토피성 민감한 피부를 가져서 평생을 고생하는 못난 얼굴에 땀띠 까지 생겨난다면....

땀을 많이 흘려야 하는 여름날에 마스크와의 전쟁이 또다시 시작된듯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코로나 한단계 격상했다고...스피커로 전달하는 멘트가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어느집 앞의 '참나리'꽃이 그럴듯하게 피어 있는 모습은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예뻐 보였다.

 

빗물에 가지가 휘어져서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일찍 꽃을 피운 '겹삼잎국화'의 가을을 기다리는 모습이 애잔하게 보여졌다.

 

작으마한 공원 잔디밭에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던 '타래난초'가  빗물 덕분인지

우후죽순 자라듯이, 제법 많은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타래난초

 

명칭이 개나리공원이라는 작은 소공원의 잔디밭은 온통 '타래난초'였다.

이렇게 많은 꽃이 피었다는 것은 장마철과 타래난초와는 인연이 맞는듯 했다.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분홍색 타래난초 꽃이 빗물을 머금은채 진짜 예쁜 모습이었다.

 

아로니아 열매가 점점 검은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은구슬 같은 물방울을 매달아놓은 듯한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오랫만에 들길에서 '익모초'꽃을 만나게 되었다.

여름철에 유난히 배앓이가 심했던 어린시절의 내게

어머니는 첫새벽에 이슬 맞은 익모초 잎을 뜯어다가 즙을 낸 후, 마시게 했었다.

쓰디쓴 익모초 즙을 먹지 않겠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결국 어머니의 정성에 항복하면서 마셨던 익모초!

해마다 여름철이면 쓰디쓴 익모초 즙을 마셔야 했던, 그 시절도 그리움이 되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에는 저승사자 같았던 익모초도, 지금 세상에서 꽃으로 만나게 되니 반가움이 앞선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더욱 청초하게 보여지는 도라지꽃이 자꾸만 유혹을 한다.

사진 한장 찍어달라고...

 

여름꽃의 상징인 '닭의장풀'꽃이

참 예뻐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기에 꽃 색깔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도로가의 전봇대 밑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코스모스'도

오늘 만큼은 앙증맞고 예뻐 보였다.

어째서 요렇게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인지?

 

                원추리꽃

 

                 비비추꽃

 

마당가에 도라지꽃이 가득 피였던 빈집 앞을 지나면서 또다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빈집을 지키고 있는 꽃들이 애잔해 보이면서,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거의 수명이 끝나고 있는듯한, 비오는 날의 접시꽃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안간힘을 쓰면서 마지막 까지 꽃을 보여주는 모습이 경이롭기 까지 했다.

 

줄기차게 내렸던 빗물에 볼품없이 흙이 패인 들길을 걸으면서

장마철임을 실감하게 했지만 그래도 비가 멈췄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얼마나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인지는 몰라도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에  인근 하천이 범람했다는 문자를 받은후에 겁이나서

오늘은 비가 그쳤어도 텃밭 점검을 하러 가지 못했다.

하루종일 퍼부었던 비 덕 분에, 혹시 텃밭이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조바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림 >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이 시작되는 여름날에  (0) 2021.07.13
윤선도 유배지에 핀 나리꽃  (0) 2021.07.12
여름 해안가에 핀 꽃  (0) 2021.07.05
백양산 숲길을 걸으며  (0) 2021.07.01
여름날의 아름다운 포구에서  (0) 202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