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달콤한 향기가 있는 산책길

nami2 2020. 5. 15. 23:55

          텃밭의 채소들을 생각하면 자주 비가 내리는 것이 좋지만, 숲길에  피어 있는 꽃을 생각하면

          비가 자주 내리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두갈래로 갈라진다는 것이 웃으웠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데,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것은  뻐꾸기 소리 때문이었다.

          비바람이 친다면  그녀석이 숲속에서 그리 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밖을 내다봤더니

          우산쓰고 숲길을 걸어도 괜찮을 만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의 비의 양은  세수대야로 한가득 정도 내렸음을, 텃밭에 빗물받이 그릇으로 가늠을 할 수 있었다.

          그 정도 내리는 비였기에 ,뻐꾸기 녀석이 하루종일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면서 울음소리로 시끄럽게 했는가보다.

          아파트 정원에 하얀 산딸나무꽃이 바람개비처럼 피기 시작했다.

          5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꽃들은 점점 더 하얀꽃으로,코로나로 인한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 처럼 보였다.

                숲길에서 찔레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유혹을 하는 것 같은 짙은 향기가 아닌 은은하게 퍼지는 예쁜 향기였다.

             숲 가까이 들길에도 하얗게 핀 꽃은 모두 찔레꽃이었다.

             빨간 넝쿨장미보다는 하얀 찔레꽃이 더 좋은 이유는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은 찔레꽃이었다.

                엄마의 향기....

                그냥 그리움이 있는 꽃이라서 좋았다.                                

                아까시라는꽃보다는, 어린시절에 부르던 '아카시아꽃'이 더 잘어울리는데

                언제 ,어떻게, 왜, 꽃이름이 바뀌었는지 못마땅 했다. 

                아카시아꽃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잡혀가는것도 아니라면, 나는 그냥 아카시아꽃으로 부르고 싶다.                

                아카시아 숲길을 걸으면 그노래가 생각난다.

                노래 가사에도 '아카시아'라고 되어 있는데, 어쩌라구....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없네, 얼굴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옛날의 과수원길

               정말 향긋한 꽃냄새 때문인지

               듣는이 없다는 핑계로 '과수원길' 노래를 부르며 숲길을 걸어본다. 

                암자에서는 시기적으로 약간 이른감이 있었던 탓인지

                초파일쯤에 활짝 핀 불두화를 볼 수 없었는데, 시골동네에는 하얗게 활짝 피어 있었다.

                                             불두화(佛頭花)

 

             인동과의 낙엽지는 작은키나무이다.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유성화를 없애버리고, 무성화의 꽃잎만 자라게 하는 원예품종이다.

               정원수로 많이 쓰이며,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불려지는 이름 때문인지

               5월쯤에 절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이다. 

                 어느집 마당가에 심겨진 불두화가 탐스럽게 예쁘다.

                               지칭개꽃

                요즘 들판의 어느곳에서도  눈에 띄는 꽃은 '지칭개'꽃이다.

                이른 봄에는 나물로 뜯어다가 먹었는데, 어느새 꽃이 되어서 들길을 지키고 있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나는가 싶어서 주위를 살펴보면, 반드시 아카시아꽃이 머물고 있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맘놓고 꽃을 따먹을수 없었던 어린시절

               옆집아이가  꽃잎을 훑어서 한웅큼 주길래, 먹어보았더니  그 달콤한 맛이 아직도 입속에 맴돈다.

               지금은 맘놓고 꽃잎을 먹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는데

               선뜻 꽃잎을 따서 입속으로 넣지 못하는  어른바보가 된 것 같다.

                   아파트 옆의 숲길로 가는길에 핀 하얀 찔레꽃

                   저 산에 뻐꾸기가 도대체 몇마리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숲으로 가는 언덕길에는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코로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여유로운 시간이 줄어들텐데

                 올해는  집콕, 방콕이라는 이유로  거의 숲길에 혼자서 산책을 하게 만든다.

                 양팔 벌린 간격으로 거리두기, 아직도 외출자제...등등 문자가 날아드는 세상이다.

                지난해 까지 열심히  예쁘게 가꾸던 텃밭이다.

                15명의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이 모두 떠난 쓸쓸한 텃밭에

                아직도 수확시기를 기다리는 양파와 마늘이 자라고 있고

                이미  버려진듯한 '케일'에서 노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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