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많은 비가 내린후, 우산 쓰고 걸어도 괜찮은, 조용한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탓인지, 주말 까지 계속 내린다는 비소식은 아무래도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될 것 같다.
제주도에서 전라도 여수쪽으로 상륙해서 경남을 지나고, 동해안으로 빠져나간다는 태풍은
부산을 거치지 않고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으니까
주말에는 또다시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과 사투를 벌여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주변이 망가질 것인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만큼은 우산 쓰고, 걷기 좋은 조용한 비가 부슬부슬 내렸기에, 비내리는 날에 들길을 한바퀴 했다.
들길을 걷다보니 비에 젖은 '더덕'꽃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일부러 집으로 가서 카메라를 가져왔다.
하필이면 비내리는 날에 '더덕꽃'을 만나게 된것인지
더덕꽃'덕분에 우리아파트 까지 사진을 찍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정문으로 나가면 도심이지만, 후문으로 나가면 완전 시골이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들길 산책을 많이 한다.
아파트 주변의 들길은
봄날에는 매화꽃과 여러 과수나무의 꽃들이 예쁘게 피고
여름에는 거의 옥수수가 들판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아파트 주변에는 아주 작은 텃밭들이 수없이 많다.
모두가 주말농장들이니까
주말과 휴일, 그리고 이른아침에는 초보농사꾼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이곳을 지날때면, 당귀향기, 허브향기, 옥수수 향기가 제법 코끝을 즐겁게 한다.
애플민트꽃
우리 텃밭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울타리가 없는 곳이라서 아주까리와 돼지감자를 심어놨더니 무성하게 잘 크고 있어서
무법자(고라니)가 텃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놓은 셈이다.
비내리는 날의 '토란'줄기도 예쁜 모습이 되었다.
물방울이 또르르...!!
방풍꽃
빗물 때문에 후줄근 해진 '치커리'꽃
'참취'꽃이 피었다.
아직 더위도 겪어보지 못했는데, 벌써 가을꽃이 피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만나게 된 '배롱나무'꽃이 비에 젖어서 완전 후줄근 해졌다.
아까웠고, 안쓰럽고.....
비에 젖은 '참나리꽃'도 예뻐 보였다.
.
들길에서 마주친 '메꽃'이 너무 청초해 보였다.
갸냘픈 꽃 위로 빗물이 너무 많이 스며들은 것은 아닌지?
이슬 아침에 이슬을 머금은 꽃을 볼때와 빗물에 흠뻑 젖은 꽃을 볼때와의 느낌은 ....
빗물에 젖은 꽃이 정말 보기가 안쓰러우면서도 예뻤다.
고추잠자리가 들길에 많이 맴도는 것을 보았던 것이 결국은 가을이 오는 조짐이었나보다
벌써 고추가 익어가고 있었다.
평소에 '왕원추리'꽃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자꾸만 사진을 찍어봤는데
비 내리는 날에 흠뻑 비에 젖은 모습이 정말 예뻤다.
오늘 처럼 부슬부슬 예쁘게 내리는 비 덕분에
우산을 쓰고 다니면서 꽃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이 꽤 즐거움이 된 것 같았다.
태풍을 동반한 비는 대체적으로 강풍인데, 이럭저럭 태풍이 무사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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