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가는 짧은 봄날에, 병원 창문 넘어로 우리집 아저씨와 함께 보았던 꽃이 수수꽃다리꽃이다.
자신이 언제 어느때 이땅을 떠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처럼
병원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어해서 휠체어에 태우고 30분 정도를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하늘로 떠나가기 3일전이었다.
뜰앞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서,휠체어를 세워놓고 막 피기 시작하는 꽃들을 바라보더니
향기가 제법 있는 꽃을 가리키면서 꽃이름을 물어보기에
'수수같은 꽃이 줄기에 달려서' 수수꽃다리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토종 라일락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올해 들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우리집 아저씨의 봄꽃이 '수수꽃다리꽃'이었다는 것이
가슴에 슬픈 응어리로 남겨 질것이라는 것은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유난히 향기가 있는 꽃을 좋아 했던 우리집 아저씨가 가고 있는 그 먼 여행길이
쉼없이 꽃향기가 있어서 지루한 여행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큰 바램일뿐이다.
병원 뜰앞에서 우리집 아저씨와 함께 바라봤던 꽃이다.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일부러 뜰앞에 나가서 찍어둔 꽃인데, 사진속의 꽃은 못보고 떠났다.
지금은 흔적없이 사라진 꽃이지만, 보름 전에는 막 피기 시작했던 꽃이다.
활짝 핀 꽃에서는 향기도 엄청 짙었다.
휠체어로 뜰 앞 까지는 나올 수가 없어서 창문너머로 바라봤던 꽃인데
지금은 흔적으로 꽃사진을 남겨놨지만, 우리집 아저씨는 사라진 꽃잎과 함께 여행중이다.
수수꽃다리
흰 수수꽃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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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라일락)
물푸레나무과의 갈잎떨기나무로 높이가 2~3m이며, 꽃은 4월에 흰색, 보라색, 붉은색 등으로 피며
방향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대개 연한 자줏빛을 띠지만, 품종에 따라 흰색이나 빨간색 파란색도 있다.
수수꽃다리는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자라는 북한지역 특산 식물로 우리나라 토종 라일락이라고 한다.
정유가 주성분으로 이를 추출하여 향수로 이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수수꽃다리의 꽃봉오리를 그늘에 말려 방향제, 목욕제로 이용하고
향낭이나 향갑에 넣어 몸에 지녔으며 부인의 품위를 높이는 향기라 하여 귀중시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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