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터 원인 모르게 피로하고 그냥 온몸이 많이 아팠다.
상황을 알 수 없는 어느 곳에서 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을 몸과 마음이 감지한듯, 꿈자리도 뒤숭숭이었다.
늘, 잠자기 전에 굴리던 작은 염주의 줄이 느슨해져서 꽤 불편하다는 느낌도 신경이 쓰였다.
한밤중에 갑자기 염주의 느슨한 줄이 신경 쓰여서 서랍속의 여러개 염주들을 챙겨보았지만
어느 한개라도 마음에 드는 염주가 없어서 괜한 잠만 설쳤던 엊그제 밤이었다.
왜 갑자기 한밤중에 염주에 신경을 썼는지, 지나고보니 허탈한 웃음뿐이었다.
이튿날 잘알고 지내는 지인에게서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지인의 올케와 내가 각별한 관계가 된지 벌써 5년째이다.
평소에 성질이 못된 내가, 이세상에서 언니라고 부르는 단 한사람이 그 지인의 올케였다.
맏이로 태어나서 혈육의 언니도 없고, 일가친척 중에서도 언니가 없다보니, 언니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색하여
세상을 살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언니라고 부르지 않은 아주 성격이 못된 내가
스스로 언니라는 호칭을 거리낌없이 부를 정도라면, 그분이 얼마나 내게 정겹게 대해줬는가는 표현도 어렵다.
그런 언니가 1년 3개월 전에 위장에 작은 혹이 생겨서 서울로 간단한 수술을 하러 간다는 전화를 받았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병명은 위암이었다.
그해, 3개월전에 친한 친구를 췌장암으로 보냈었고
그 친구와 위암 수술을 받으러 가는 언니와 함께 우리셋은 각별한 관계였었다.
췌장암 3기에서 부터 말기, 그리고 죽음을 앞둔 친구의 호스피스 병동 까지 쫒아가서 마지막 모습 까지
지켜보았는데, 셋중에 또 한사람인 언니가 위암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인정하기도 싫었다.
더구나 병원은 서울이었고, 언니는 늘 괜찮다는 소식과 함께 퇴원을 하면 멋진 카페를 다니면서
차도 마시고 ,식사를 하자던 약속뿐이었지만, 언니는 쉽게 부산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과 여행중인 사진 속의 모습도 괜찮았고, 카톡과 카카오스토리에 글도 많이 올려놔서
언니는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참으로 낙천적으로 사는 모습에 마음을 놓았었는데
3개월 전 부터는 스마트폰의 여러 곳에서 언니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작은 암이니까 아마 초기일 것이라는 확신은 나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언니를 잘 알고 있는 지인의 입은 무거웠고
병이 깊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듣기 싫어서 전화로 확인을 하지 않았던 나의 게으름은 결국
호스피스 병동에서 며칠 버티기 어렵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인에게서 언니의 위독한 소식을 듣게된 그 하루는 참으로 지옥이었고, 허탈함 뿐이었다.
죽음과 삶!
언젠가는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생명을 가진 모든이들의 운명이지만
그렇게 쉽게 떠나가진 않을 것이라고 애써 부정하면서 휴일에 사찰 매점에서 작은 염주를 구입을 했다.
월요일에 당장 호스피스 병동으로 찾아가서 언니의 손목에 염주를 채워주면서
이세상의 끈을 절대로 놓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었는데.....
언니는 일요일 새벽에 부처님 곁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셋중에 나만 남겨졌다는 사실에 절망한 것은 나였고, 나약해진 사람도 나였다.
1년 6개월 전에 췌장암으로 친구 떠났고, 그후 1년 3개월만에 언니가 위암으로 떠났다.
떠난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 또한번 느껴야 하는 것에 어느순간 말문이 막혀지는 것 같았다.
무언가의 낌새가 텔레파시 처럼 느껴진 며칠동안 그렇게 몸이 아프고, 힘든 순간이었는데
결국 소중한 친구 같은 언니가 또다시 내곁에서 떠나는 것을 내몸은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일 양력 7월4일이 언니의 발인이다.
부디 극락왕생 하시길 간절하게 기도할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핀 양력 7월2일(윤달 5월9일)에 언니는 더이상 아프지 않은 세상으로 떠나버렸다.
끝도없는 멀고먼 그곳이 극락세상이 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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