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아파트 뒷 곁 숲속에서 소쩍새가 울고 있다.
무엇이 그리 슬픈 일이 있는지, 밤마다 울어대는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초파일이 다가오면서
더욱 구슬프게 밤을 지새우는 것 같았다.
음력 4월 7일 오늘은 어머니 기일이다.
1999년 4월 초파일날, 절에 다녀오신 어머니는 그날 밤에
가족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서 쓸쓸하게 부처님 곁으로 떠나셨다.
초파일이 다가오면서 사찰 주변에 오색연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쑥을 뜯을 준비를 하는 것이
올해로 몇번째인지 이제는 한참동안 손가락을 헤아려본다.
1년전, 3년전, 5년전..... 이렇게 손가락을 꼽아본지도 어느새 열손가락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쑥을 뜯었고, 그리고 내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떡집을 거쳐서 어머니 젯상 앞에 쑥떡을 올려 놓게 되었다.
어머니는 쑥절편을 좋아 하셨고, 4월 초파일쯤에 시장에 나오는 산나물들을 좋아 하셨으며
초파일쯤에 꽃이 피는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을 무척 좋아 하셨다.
60대 초반이셨던 어머니는 그렇게 좋아 하는 것들이 많은 계절에 왜 갑자기 부처님 곁으로 떠나셨는지
어머니가 계신 저쪽 세상과 휴대폰이 연결된다면, 꼭 한번 여쭤보고 싶은 심정이다.
쑥절편
쑥향기가 짙은 쫄깃 쫄깃한 맛은 이맘때 아니면 먹어볼 수 없는....
정말 맛있는 떡이다.
쑥인절미도 있지만, 어머니가 좋아 하셨던 쑥절편이라서 그런지 가족들도 쑥절편을 무척 좋아한다.
젯상에 올릴 떡을 하기 위해 ,쑥을 뜯어야 했던 세월이 1년, 2년, 3년.......19년
어느새 그 숫자 만큼이나 늙어버린 내 나이는......
유난히 올해는 쑥을 뜯는다는 것이 참으로 버거웠다.
제사에 올릴 떡이지만, 식구들 몫까지 떡을 하려면 제법 많은 쑥을 뜯어야 했는데
왜 그렇게 쑥을 뜯는다는 것이 힘이 드는 것인지?
맛있는 쑥절편을 먹다보니 잔꾀를 부리면서 게으름을 피우던 것에 웃음이 나왔다.
오랫동안 단골로 다니는 떡집에서는 쑥을 끓는 물에 데쳐서 깨끗하게 손질해서
가져다 주는 것을 좋아 했다.
한꺼번에 많은 쑥을 뜯을 수 없으니까 쑥을 뜯는 만큼, 무조건 쑥을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또 쑥을 뜯으러 들판으로 나간다.
그렇게 3~4일 동안 쑥을 뜯어 모아야 쑥떡 2상자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데친 쑥이 소쿠리로 가득 채워야 떡을 하러 갈 수 있었기에
3~4일 동안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쑥을 끓는물에 데칠때의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니, 그또한 초파일쯤의 향기로서 기억에 남겨졌다.
내일이 4월 초파일이다.
초파일에 부처님 곁으로 가신 어머니의 기일은 살아계실때로 계산하여 음력 4월 7일로 해야한다니까
오늘이 기일인 것이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더욱더 큰 그리움이 되어가는 그날의 슬픔은....
좋아 하셨던 쑥절편을 젯상에 올리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어머니 묘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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