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뇨와의 전쟁

nami2 2017. 2. 25. 00:24

              당뇨환자가 된지 올해 4년차가 되었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인정하지 않는다고 이미 몸속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을

              쫒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병원에서는  초기이니까 약을 먹으면서 지켜보자고 했고, 한의원에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뇨는  생활병이기 때문에 식생활 관리가 중요하다는 주변의 사람들의 조언은 어느순간 스트레스가 되었으며

              그로인해,가끔씩 찾아오는 우울증은  산다는 것에 대해 무기력을 동반한 나약함으로 몰고 갈 때도 있었다.

             

              밥 보다 더 좋아 했던  라면, 물보다 더 좋아 했던 콜라, 그리고 삼겹살과 소주, 소금보다 더 좋아 했던 설탕

              야채보다 더 좋아 했던 인스탄트 음식 , 과일보다 더 좋아했던 빵과 햄버거....

             

              나열하자면 끝도없이 원인제공 했던 음식들에 의해서 어느날 당뇨환자라는 주홍글씨가 가슴에 새겨진듯 했다.

              혈압약과 고지혈 약을 복용한지 10년차가 될쯤, 당뇨약을 첨부 했으니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확실했다.

              혈압약과 고지혈약을 복용할때는 긴장하지도 않았고, 식생활을 개선 해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암보다 무서운 것이 당뇨라는 것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좋아했던 음식들을 모두 멀리하고, 평소에 꺼려했던 음식으로 탈바꿈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병이 되는 것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것이라고  중얼거려본다.

             

              흰밥이 잡동사니 검은 밥으로 변하고, 라면국밥, 라볶이와 콜라는 다른세상에서만 먹는 음식이 되었으니

              참고 견디는 것도  버거운데 , 다리가 후둘거릴 만큼 많이 걸어야 한다는 법칙에 의해 

              걷고 또 걷고....틈만 나면 걸어야 한다는 것이  당뇨와의 전쟁에서 이길수 있다는 건강상식이었다.

 

              계절의 시작과 끝이 어떤 형식으로 바뀌는지 조차 가늠할 겨를도 없이 걷다보니 겨울이 가고 봄의 시작이다.

              그렇게, 그렇게 건강에 대한 평행선을 유지 하다가 잠시 방심을 했더니, '악'소리가 날 만큼 불똥이 떨어졌다.

              명절과 정월대보름이 지나면서  여러가지 먹거리들을 거의 혼자 먹어 치워야 하는  2인 가족에서

              이 정도 쯤은 괜찮겠지'를 강조 했던 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거의 매일 하루에 만보씩 걸었던 것에 의존하면서 , 음식과 간식을 생각없이 먹었던 것이 화근이 된듯....

              15일만에 당뇨수치를 확인했더니 상상을 훨씬 벗어날 만큼의 높은 숫자가 나왔다.

              모든 것을 몽땅 내려놓고 싶은 무기력함.....

              수치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결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음식을 먹을때는 늘 소식을 해야 한다는데......

              도깨비가 들려주는 것 같은 환청에 귀를 막고 싶었지만

              얼마나 작은 분량의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는,  새삼 어딘가에 항의 하고 싶었다.

              먹기싫은 물미역과 상추를 사다가, 한끼에  세 숟갈 정도의 밥을 먹고

              배가 고프다는 뱃속의 항의 꼬르록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에 만보를 걷고  수치를 쟀더니

              4일만에 정상 수치를 확인 했다.

              당뇨수치는 정상으로 갔지만, 걷는 것에 대한 피로감은 해소할 방법이 없다.

              오늘은 또 어느 곳을 헤매고 다녀야 하는 것인지, 눈만 뜨면 고민 해야하는 거리의 방랑자 처럼...

              

              스마트폰에 자랑스런 당뇨인들의 모임에 가입을 하고, 실시간으로 검색되는 그들만의 고통과 힘겨움의 노력을 

              공유하고 보니 약간은 위로가 되면서도  이렇게 힘든 싸움을  언제 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마음은 자꾸만 나약해지는 것 같았다.

                 

             

              아침식사는 사과1/4쪽, 계란 후라이 1개, 고구마 2개 아몬드 5~6개

              점심과 저녁은 나름대로의 야채와 잡곡밥  1/3 그릇 

 

              일일걸음 12,100보, 거리 8,37km, 칼로리 소모량 378 칼로리  

              스마트폰  s헬스에 기록된 매일 보고서에는 '훌륭해요' '참잘했어요'라는 칭찬으로 포장 되지만

              당뇨와의 전쟁은 생이 마감 될때 까지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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