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의 지옥이란
아주 괴롭거나 더없이 참담한 환경과 형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살아오면서 지옥 같은 상황을 수없이 겪었지만, 그동안 겪었던 지옥의 의미는
지옥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엄살에 불과 했던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훨씬 짧아진 지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경지에 다다른 사람에게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 소견서와 X레이 사진
일년에 한번씩 하는 정기 검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X레이 찍은 결과에서 이상한 것이 보인다고 해서 사진을 다시 찍었다.
혈압약을 먹기전에는 혈압 때문에 늘 재검에 걸렸고, 최근에는 당뇨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피운적이 있었지만, 혈압과 당뇨는 방심하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국민병이라고
생각을 했을뿐, 그렇게 긴장은 하지 않았었다.
재검을 한 결과 역시 같은 내용의 사진이 찍혀 나왔다.
심각한 표정을 짓던 의사선생님은 큰병원으로 가서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긴장을 하느라 제대로 사진의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은 의사선생님의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한마디 던진 질문은
'종양'인가요?
침묵이 흐르면서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얼굴 표정을 보면서 힘이 빠졌다.
죽나요?
어린애 같은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그래서 큰병원으로 가보라는 얘기라고 했다.
어차피 이세상의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가 사라지는 법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도
마음은 착잡하게 가라앉았다.
간호사가 전해준 소견서와 X레이 사진(작년에 찍은 사진과 이번에 찍은 2장의 사진)은
마치 지옥으로 가는 승차권 같았다.
다니고 있는 종합병원에 당일 예약이 안되어서 하루를 그냥 보냈다.
의사 소견서 내용은 흉부 밑에 혹이 보인다고 했고
의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는 '횡경막'에 뭐가 보인다고 했다.
'횡경막'에 대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마음은 이미 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몇개월 전에 평소 건강하던 친구가 검진 결과 담낭쪽에 뭐가 보인다고해서
CT와 MRY 찍은 결과는 '췌장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아서 황당한 적이 있었다.
이튿날 착잡한 마음으로 CT를 찍으러 갔다.
다행히 종합병원 의사 선생님은 검진을 하면서 안심을 시켰다.
사진을 찍고나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니까
그때 까지는 이상한 생각은 하지말라는 이야기 였다.
머리속이 하얗게 된 상태에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큰 수술을 필요로 한다면, 남은 가족을 위해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릴 생각도 했다.
어차피 먼곳으로 가는 승차권을 손에 쥔다면, 목숨 구걸 하지말고, 조용히 떠나는 쪽으로
결정을 했다.
작은 병원에 제출하기 위해 받은 큰 병원의 소견서
국가고시를 치뤄놓고, 발표를 기다릴때의 심정과 같았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가족, 친구, 형제들의 격려와 위로속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이 들어 있었다.
죽음에 대한 승차권이 과연 내손에 들어올 것인지
3박4일이라는 시간이 이제껏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길고 지루 했었다.
종합병원 호흡기내과 담당의사 앞에 이름이 불려져서 들어갈때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그런것인지
침통한 표정을 짓던 의사 선생님 앞에서의 내 모습은.....
그러나 1분도 채 안되는 시간 속에 지옥과 극락을 왔다갔다 했다.
사진 결과 뱃속의 장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군요.
간, 쓸개, 콩팥, 폐.....
그렇게 말을 하던 의사 선생님께, 무심코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고맙습니다, 였다.
그것도 몇번씩이나.....
동생에게 소견서 내용을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동생의 답글은....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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