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살면서 피서철에 한번도 바닷가에 간적이 없었으며,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정도의 거리에
일출의 명소 달맞이 언덕이 있어도 새해 첫날의 일출을 보러 '정동진'으로 갔던적이 있었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오매불망 한다지만, 내게 바다는 그저 그렇다는 표현이 어울릴정도 시큰둥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해운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동해남부 바닷가라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
산과 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시골마을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광안대교
하염없이 가을비가 내리던날 누군가와 무작정 약속을 해놓고,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광안리바닷가에서 기다리겠노라고 했었다.
광안리 바닷가 근처 병원에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기에
비가오는 날 겸사 겸사 바닷가에 나왔지만, 별로 할일은 없고, 애꿎은 모래사장을 걸어본다.
노부부가 바닷가에 낚시를 하러 왔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바닷가에서 두사람의 뒷모습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무언가 낚시대에 걸렸는것 같아서 다가갔다.
고등어 대가리를 미끼로 '게' 3~4마리가 낚시에 걸린 것 같았다.
방게라고 하는 게는 간장게장 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시간약속이 없이 무작정 기다리는 약속은 약간은 지루하다.
가까운 곳에 커다란 종합병원이 있다.
그 병원에 7년째 한달에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면서 한번도 광안리 바닷가를 가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파도에 떠밀려 온 해초들이 백사장에 즐비했다.
모두 먹을 수 있는 해초들이다.
우뭇가사리, 파래, 청각.....
이것은 '개곰피'라고 하는 해초
바닷가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비닐에 해초를 줏은것을 보여주었다.
개곰피라는 것을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나물도 해먹고,쌈도 싸먹는다고 하신다.
파도에 떠밀려 온것이지만 확실한 자연산이다.
아주머니도 병원 예약시간을 기다리기 지루해서 바닷가에 나왔다고 했다.
광안리 바닷가에서 10월21일~10월 29일까지 불꽃축제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2회때 참석을 해본 결과는....
올해 7회째라고 하는데,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그런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남천동에서 걷기 시작한 바닷가 길을 '민락동'까지 1시간 가량을 걸은 것 같다.
광안대교 이쪽에서 저쪽 까지의 길이 만큼 걸었다면 꽤 걸은 것이다.
남천동 저쪽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멀리 용호동이 보이고, 그 산 저쪽에는 '오륙도'가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기에 오륙도는 안개 덕분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던 한여름은 꿈처럼 사라져 가고, 철지난 바닷가에는
무심한 자동차 바퀴자국만 흉물스럽게 보여진다.
바닷가에 살면서 바다를 싫어 한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바다는 그저 몇년에 한번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바다냄새가 싫고, 성난 파도와 거센바람에 지쳤기 때문인지 바다는 늘 두려운 존재일뿐이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누군가와 무작정 약속을 했을때 한번 정도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정기검진 받는 병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광안리 바닷가는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브레이크가 걸리는가보다.
병원을 다닌지 7년만에 바닷가를 걸어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