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친구

nami2 2015. 12. 5. 01:43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매스컴에서는 반짝 추위라고 했지만, 어차피 겨울이 시작 되었으니 추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 겨울은 마음 한켠이 쓰리고 아파서 그런지, 더욱 몸을 움츠리게 된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친구가 있는 병원이다.

              추모공원에 가서 영정사진과 마주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숨을 쉬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한번 더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자꾸만 병원을 찾아가는데.....

             

              친구의 딸 결혼식이 있을 때 병원에서는  이틀밖에 못살 것이니까 임종준비를 하라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딸의 결혼식이 있은후 벌써 20일이 지났다.   

              

              일주일 전에 친구는 구급차에 실려서 지금 있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갔다.

              구급차에 실려가는 날에 친구는 또한번 세상과 하직 할 것이라는 병원 통보를 받았지만.....

              친구는 두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꿋꿋하게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걸음은 걸을 수 없었고, 입으로는 미음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소변도 받아내야 하는 최악의 상태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친구의 얼굴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 했다. 

              폐에 복수가 차서 물을 빼내야 하고, 소금과 설탕이 들은 링거에 의존하는 친구였지만

              기적이 찾아온듯......

              기운을 되찾은듯한  친구는 간절하게 삶의 대한 미련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것이 회복되는 단계가 아니고, 저쪽 세상으로 가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한다.

              

              임종을 앞둔 말기 암환자가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완화의료'는 

              말기 암환자가 겪는 육체적 통증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정신적인 부분 까지 돌보면서

              환자와 그 가족의 삶과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데.....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진 친구는 회복단계인줄 착각하고 즐거워 했다.

              김장걱정과 동짓날에 팥죽 끓일 생각 까지....

              그러나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나타나는 간성혼수가 반복적으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예측 할 수 없는 슬픈일이 곧 닥쳐올 것이라는 무언의 암시라고 한다.

              

              살기위해서는 친구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절대 삶을 포기 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하면서도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친구와 함께 동행할 것 같은 가을은 낙엽과 함께 먼저 떠나갔다.

              찾아온 겨울도, 성급하게 친구를 데려가려 유혹하지말고

              겨울이 다가도록 그냥 친구를 지켜봐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바람 앞에 꺼져가는 등불 같은 친구의 생명이지만, 그냥 예쁘게 봐줘서

              벚꽃이 피는 봄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큰 바램이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친구의 병상을 지켜보면서

              지금의 간절함은.....

              친구와 두 세시간씩 전화통을 붙들고 수다를 떨었던, 그런 시간들을 다시 되돌려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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