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농사로 담근 김장김치

nami2 2022. 12. 14. 22:41

몹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빗나가지 않고 적중했다.
관공서에서 날아드는 안전문자가

이번에는 60% 정도는 거짓이 아닌 진짜였음에 피식 웃어봤다.

빙판길 조심, 계량기 동파 방지,보온에 유의 ,낙상사고...
이런 내용과는 겉맞지 않았으나  

그래도 추운 영하의 날씨였으므로 핑계삼아 하루종일 집콕을 해봤다

 

그러나 배추를 잔뜩 뽑아다가 베란다에 쌓아놓고  

춥다는 핑계로 뒹굴거리기에는 편하지 않은 마음이 가시방석이었다.
해야 할 일거리가 있으면  미뤄놓지 못하는 성격탓에
김장을 시작할 것이냐 말것이냐의 갈등으로  하루를 보내다보니

마음만 더 심란스러웠던 것 같았다.

 

엊그제  무우뽑고, 운반하느라 체력을 소비 했었고
주말 이틀은 알바 다녀와서 또 힘들었으며
월요일에는  각종 무우김치 담근 후, 병원가서 몸살 주사 맞고 왔다.

 

그리고 또다시 배추뽑고 ,운반하느라 기진맥진
체력이 고갈되는 소리가 고통스럽게 들려왔지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일이라서  결국은 또 겹치기 몸살을 앓게 되었다.
몸을 혹사 시키는 것이  할짓은 아니었으나
무쇠라도 씹어먹을 정도의  체력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일에 대한 강행군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세월 앞에서  

그냥 쓴웃음으로  허탈함을 대신해본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

그것은 나에게는 절대로 해당되지 않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그냥 할 말을 아껴본다.

 

날씨가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되었는데
장미꽃은  추위와는 상관없는듯 멀쩡했다.

추워서 움츠리며 시든꽃이 아니라  원래 시들은 장미꽃 옆에서

너무도 당당하게 추위와 맞서는 또하나의 장미꽃이 용감해 보였다.

 

지난주에 텃밭에서 키운  알타리무우를 뽑아다가  

담그는 김치가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소금에 절여놓은 후 씻어서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야 했는데

무우를 썰어야 하는 것이 몇시간씩이나 소비되었다.

 

12월이 시작되면서
텃밭에서 재미삼아 농사 지은 것으로 담근 김치는 
유채김치, 청경채김치, 갓김치, 그리고 알타리무우 김치였다.
농사 지은 것이니까  함부로 하지말고

맛있는 김치를 담궈보자는 것이  나만의 생각인데
하루에 두끼, 혼밥 먹는 사람이

김치 잔치를 벌리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웃음이 나왔다.

양념을  만들고, 김치를 담그고...
이 많은 것을 누가 먹을 것인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담가놓으면 누가 먹어도 다 먹을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을  해봤다.

 

일단, 서울 여동생집으로 택배 한통
그리고 조카집으로 또 한통...
남겨진 한통은 나의 밑반찬이 될 것이다.

재미삼아 심어놓은 무우도 장난이 아니었다.
쑥쑥 뽑아놓고 나니까  너무 많고, 농사가 잘 된 것도 탓하며

운반 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어떻게 되겠지 했지만

결국은 나혼자서 왔다갔다, 또 왔다갔다  걸음수는 만보가 넘었다.

농사 짓는 것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거는 것인지

그래도 이런 것이라도 해야만 , 이세상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말 그대로 재미삼아  취미로 지은 농사가 완전 대풍이었다.

 

동치미,  깍두기 ,석박지...

무우로 만드는 김치종류는 다양했으나
혼자 먹는 밥에 이 많은 것들이...
가위가 눌리는 것 같아서 하품이 나왔다.

일단 큰 것은 저장하고, 중간 것은 동치미 담그고
아주 작은 무우는 무청김치 담그겠다고
무우들에게  귀뜸을 해주었다.

베란다에 검은 비닐속의 무우는

아이스박스에 포장되어 들어간 후, 저장될 무우였다.

무우전, 채나물, 소고기 무우국...등등

음식 만드는 것을 취미로 하니

겨울 내내 재료가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동치미를 담그려고 선택받은 무우들이다.

 

서울로 택배 갈 동치미를 소금에 절여놨다.

여동생의 친정어머니표 동치미는  해마다 내 차지가 되었다.

 

10년전 어느 해인가 여동생에게 전화가왔다.

언니! 엄마가 담가준 동치미 먹고 싶어

이미 저쪽 세상으로 가신지 10년도 더 지난 엄마표 동치미를 ?

그 해 부터 어머니의 동치미 맛을  전수 받은 내가

지금껏 동치미 무우를 직접 키워서

동치미를  맛있게 담궈서 보내주고 있다.

 

무우를 다듬으면서
부드럽고 작은 것은 무우청김치
그리고 시래기 할 것으로 분류해놨다.

길게  쭉쭉 썰어서 무청과 함께 담글...
국물김치 하려고 준비중이다.

무청김치는
아무에게도 주지않고 나혼자 먹을 김치이다.
농사 지은 매운 고추(땡초)를  믹서에 갈아서
새우젓과 황석어젓을 넣고  심심하게 담근 김치를 좋아한다.

김치가 맵다고 투정할 사람도 없고

김치에 새우젓과 황석어젓 넣었다고 잔소리 할 사람도 만들기 싫은

나혼자만의 김치는 대만족이다.

김치국물에  소면 말아먹고, 고구마 먹을때 먹으면 맛있는 김치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데,  국물맛이 끝내줬다.

 

무청을 삶아서
먹기좋은 크기(2인분)로 들기름과 된장을 넣고 조물 조물...
이렇게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시래기 된장국 먹고 싶을때  멸치육수만 넣어서 사용하면 되는데
서울 여동생 집으로 몽땅 갈 예정이다

여동생의 친정어머니가  24년 전에 먼곳으로 가셨기에
내가 24년 동안 여동생의 친정언니겸 친정어머니 역활을 하고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큰 할일은 '배추김치'이다
베란다를 쳐다만 봐도  부담감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몸살중이라서
주말 이틀 알바 끝내고
월요일쯤  또다시 김치 담그는 것에  도전장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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