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2월의 텃밭에서

nami2 2022. 12. 2. 22:33

12월이 시작되면서 마음은 조급하고, 몸은 실제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애써 가꿔놓은 채소들이 다칠세라 ,영하 2도의 날씨가 부담스럽다보니
본격적으로 '김장'이라는 월동대비 대열에 끼어 들어야 했다.
세상살이에 반항을 하는듯한  계절을 무시하는  꽃들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남쪽지방이라는 것에  덩달아서 방심했다가는
하루 아침에  채소들을 몽땅 잃게 될까봐
지체할 수 없는 조급함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텃밭으로  나갈수밖에 없었다
제발 '밤새 안녕'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왜 진작 서두르지 않았나  후회하는 마음뿐이었지만

뽑아내고, 다듬고, 운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해보면 그저 막막함이 앞섰다.

그래도 씨를 뿌리고 가꿨으니까  마무리는 잘해야 한다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려본다.

 

6월쯤에  하얗게 꽃이 피었던  피라칸사스(피라칸타) 빨간 열매가  

텃밭 울타리 옆에서 추운 겨울을 화사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찌 이렇듯 빨간색일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다가

결국에는 사진 한장으로  생색을 내봤다.

 

6월에  하얗게 꽃이 피는 피라칸사스(피라칸타) 꽃이다.
꽃말은 알알이 영그는 사랑이라고 했다.

알알이 영글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빨간 열매는 겨울날 곳곳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주말 이틀은 알바하러 가야 했고
또 주말 이틀은 비가 내린다 했고...
겨울 비가 내린 후에는 더 추워지는 것이 원칙이기에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밭에 가서 알타리무를 뽑아냈다.

뽑아내는 것은 쑥쑥 잘뽑혔지만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질하는 것이 문제였다.
햇볕이 내려 쬐어도  그 햇볕은 겨울 햇볕이었기에 

몸속으로 한기가 들어올 만큼, 진짜 많이 추웠다.

 

그래도 집으로 그냥 운반 할수 없어서
알타리무를 깨끗하게 손질해야만 했다.

올해의  알타리무 농사는 대체적으로 잘 가꾼것 같았다
무우를 손질하다보니

아삭아삭  먹음직스럽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동치미 무우와 쪽파가 다음순서였다.
그 다음은 배추...
할일은 많고, 날씨는 추워지고
마음속의 부담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해졌다.

알타리무 담글때, 쪽파를 넣으려고 뽑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뿌리만 자른후

집으로 가져가서 다듬기로 했다.

어젯밤 영하로 내려갔는데 상추는 멀쩡했다.

어린상추도 영하의 날씨와 상관없는듯
앙증맞을 만큼 예뻤다.

오히려 겨울에도 잘 자라는 것이 어린상추이다.

 

엊그제 청경채 김치를 담아놨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기에
김장 끝내놓고 또 청경채 김치를 담글 생각이다.

청경채 옆집에는 쑥갓과 치커리가 살고 있는데
모두들 추위에  멀쩡했음에 안심을 했다.

돌산 갓을 뽑은  밭이다.

어제 갓김치를 담갔다.
어린 녀석들은 월동을 하라고  뽑아내지 않았다.

살아나면 좋고,  살아나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배추김치 담글때 필요한 '붉은 갓'이다.

시금치 나물이   필요해서  큰 것들을 뜯어냈더니  
자잘한 어린 녀석들만 남아있는 시금치밭이다.

겨울이 되면서 억새숲이  참새들의 둥지가 되었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보니  

들락날락  쉼없이 드나드는 참새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밤새  내려간 영하의 날씨탓에 아주까리 나무가 엉망이 되었다.
곤드레 만드레 술에 취한 것 처럼 휘청거리는 모습에서
영하 2도....그 위력이  대단해 보였다.

마지막 남아있었던  미인고추(찍어먹는 고추)  역시 끝장이 났다.
12월 내내  버틸줄 알았는데, 영하 2도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도 나무는 뽑아내지 않을 예정이다.
날씨가 풀리면 또 멀쩡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렇게 곱기만 했던 맨드라미도 완전히 초췌해진   모습이다.
불쌍한 모습이 측은하기 까지 했다.
이런 모습의  맨드라미가 다섯 포기가  있는데

섣불리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살릴 방법이 없는 것인지, 고민중이다.

 

맨드라미는 형편없이 초췌 해졌는데
여름날 부터 피고 있던 '여뀌'는 여전히 고상한 모습이다.

겨울이 뭔지 모르는  바보일 가능성이 엿보였다.

 

텃밭 곳곳에서 가을 내내 예쁜 꽃을  피워주던 쑥부쟁이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녀석이다
추위에 강한 척 했지만  

그래도 안간힘으로 버텨내는 모습이  측은하기 까지 했다.
그냥 내년을 기약하고 떠나가면 좋으련만...
꿋꿋하게 텃밭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고마웠으나

내가 어떻게 해줄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자연에 순응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꽃에게 설명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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