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늦가을,텃밭 주변 풍경

nami2 2022. 11. 10. 22:12

이번 주말쯤에  비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텃밭하는 사람들의  
바쁜 일손은 우선  양파 모종심기였다.

다른 지방에서 양파심기는 언제쯤인지는 모르나 이곳 동해남부지방은

11월 초순 부터  중순 까지 양파 모종을 심고 있다.

양파도 월동채소 중에  하나라는 것은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되었다.

 

텃밭농사 짓는 사람들은 모두가 농사짓기에 서툴면서도
직장일 , 집안일을 하면서  잠시 틈을 내어  가꾸는 채소들이기에
비가 내려준다는 소식은  기쁨이었고
힘들게 물을 퍼다 주지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시름 놓을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비 같은 비소식을  앞둔 시간들은  마냥 바쁘기만 했다.

요즘 텃밭에서 하는 일은 초가을에 심어 놓은  채소들을  뽑아내고
또다시 월동채소를 심어야 한다.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유감스럽기도 하지만
해풍으로 인해  겨울에도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밭을 만들고  또다시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어야 하는....

반복되는 일들이  바쁘기만한 늦가을날이다.

텃밭 한켠에서  씨가 맺혀도 될 것 같은 시기에

늦여름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  '맨드라미'는

여전히 꽃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마력을 지닌 꽃 처럼 보여졌다.

텃밭 곳곳에 심어놓은 맨드라미는 

지칠줄 모르고 탐스러워져 가는 모습인데
아마도 크리스마스 때 까지는 텃밭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

 

아직도  꽃피는 것을 멈추지않는  장미꽃은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전히  화사한 모습이다.

계절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체 하는 것인지

계절과는 전혀 상관없는 꽃처럼 보여졌다.

 

이제서  새롭게 꽃을 피우는  넝쿨장미꽃이 너무 예뻤다.

엊그제 무서리가 내려서 고구마넝쿨은  형편없이 사그러졌는데...

넝쿨장미는 늦가을의 의미를 모르는 듯 했다.

 

더 기가막힌 꽃은  붉은 찔레꽃이다.

텃밭 옆의 길가에  날씨가 봄인지, 가을인지 구분 못하는  

붉은 찔레꽃이  새 봄을 맞은듯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배초향(방아)꽃도   새싹이 자라서  예쁘게 꽃을 피웠다.

세상은 참 요지경속이라는것을 꽃들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

잎과 꽃이 이미 사그러져서 흔적없는 배초향인데....

그냥 꽃을 바라보며,  내가 할 일은 사진을 찍어주는 것뿐이다.

 

9월 중순에 씨를 뿌린 돌산갓이 이만큼 자랐다.

싱싱하고 예쁘게 자라는 모습에서

매콤한 갓 향기가  마음을 흐믓하게 했다.

 

텃밭은 푸르름이 가득한 봄날 같았다.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11월 텃밭의 채소들이다.

비록 벌레 구멍은 뻥뻥 뚫렸지만  '청경채'는 싱싱해보였다.

청경채 옆에는 

쑥갓과 치커리가  예쁘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힘들어도 텃밭농사를 짓게 되는 것 같다.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반가워서  양파모종을 심고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모종을 심고 매일 같이 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모종을 심어놓고,  물을 흠뻑 뿌려준  '자색양파'가

무사히 겨울을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흰양파 1단  250포기는 11월 10일에 심어놓고

수확은 내년 6월 중순쯤이다.

 

알타리 무우가  싱싱하고 예쁘게 자라고 있다.
12월 초쯤에 수확을 해서  총각김치를 담글 예정이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에서 향기가 짙은 늦가을이다.

먹음직스런  노란 열매는  남쪽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유자'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따끈한 차, 유자차가 생각났다.

텃밭가에서  피고 있는  국화꽃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숙한 모습이 되고 있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봄부터  열심히 가꿔줬던  텃밭의  노란국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열심히 풀을 뽑아주고, 물주기도 했었는데

몹쓸 태풍이 두번씩이나 휩쓸면서  국화는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완전히 포기했던 국화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줄이야

생각치도 못한 노란 국화꽃을 보면서

내년에는  태풍피해 없도록 잘 키워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이 국화는 소국이 아니라 대국이라서

더 예쁜 국화였기에  태풍에 휩쓸려도 살아난 것이 반갑기만 했다.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들어갔더니  이슬이 내려앉은 억새 위로

꽃이 사그러져서 씨를 남긴 코스모스의 흔적을 보게 되었다.

꽃은 사라지고  종족번식을 위한  씨앗들이  남겨진 흔적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졌다.

 

텃밭가에  한 아름의 억새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바람에 서걱거리는  억새의 흔들림을 듣는 것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머지않아  은발의 억새는  바람에  모두 날아가버릴 것이고
차분해진  모습으로  춥고 황량한 겨울 들판을 지키고 있을 모습

그냥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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