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정말,추운 겨울날의 텃밭

nami2 2022. 12. 19. 21:59

며칠째 계속되는 영하의 추운 날씨
그것도  영하1~2도가 아닌  영하 6~7도

 

다른지방에서는 영하 15~17도 혹한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는데
이 정도의 기온이라면, 엄살이 아닌가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
12월말 까지는 텃밭에서 상추를 뜯어다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이기에
영하 6~7도는 정말 극에 다달을 만큼의 혹독한 추위였다.

그만큼 추위에 대비하는 겨울 옷차림에 대해서도  

다른지방에 비해  약간 미비했기 때문이겠지만

영하 6~7도의 기온은 살인적인 추위라고 해서 안전문자가  계속 날아든다.

 

갑자기 찾아온 동장군의 횡포는 설마 하루 이틀 그러다 말겠지 했던 것이

벌써 며칠째 사람들을 자꾸만 움츠려들게 하는 것 같았으며

살을 에이는듯한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에 서있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래도 푹푹찌는 한여름의 고통스런 폭염 보다는 한겨울의 맹추위는  

따뜻한 방한용품으로 꽁꽁 싸맬수 있었기에
어찌보면 한여름 보다는 한겨울이 더 낫지않을까,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그러다가 하필이면 이때....

엊그제 뽑아다 놓은 배추를 오늘 소금에 절여놨다.

이것저것 준비 할 것은 많은데, 날씨는 몸서리 쳐질 만큼 추웠다.

김장채소를 뽑아내고 , 그것들을 운반하고

그리고 무우 종류의 김치를 담그면서 체력을 소모했던 탓인지

몸살기는 계속해서 사람을 지치게 했다.

입술이 부르트고, 목이 따끔거리며, 귀가 아프며

잇몸이 부어서 음식을 먹을 수 없게 했으며, 한기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뽑아다 놓은 배추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김장준비를 하는데

날씨는 진짜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이것도 내 복이려니, 내 팔자려니  어이없는 팔자타령을 해본다.

 

날씨가 추워도 늘 걷기운동을 해야 하는 팔자였기에

춥거나 말거나,  컨디션이 엉망이거나 말거나

아파트 주변의 시골동네를 한바퀴 하는데

담장 밑에 핀 국화꽃을 만났다.

강추위에 한치의 흩으러짐 없이  꿋꿋하게 피어있는 국화꽃에게

이불이라도 덮어주고 싶을 만큼의 애잔함에

발걸음을 멈춰봤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돌담 밑의 국화꽃 역시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지만

흩으러짐 없이 싱싱한 모습으로

영하 6~7도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담 장밑에서 줄기가 휘어져

길 위로 뒹구는 국화꽃인데  너무 예쁜 모습이다.

국화꽃에게는 진짜 '이 풍진 세상이 '아닐까

덧없는 세월앞에서도 꿋꿋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본다.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절여놓고
심어놓은 붉은 갓이 필요해서 텃밭에 나가봤더니
영하의 날씨는 갓도 볼품없게 만들어놨다.

그래도 괜찮은 것을 골라서 뽑아냈더니
겨우 김장에 넣을 만큼은 될 것 같았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있는 케일

그래도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모습에 감사함을 전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비닐을 덮어주는 것인데

준비없이 밭에 나갔었기에 미안함뿐이었다.

 

당근을 캐야 하는데  

땅이 너무 굳어서  캘 수 없음에 골머리가 아팠다.
비가 한번 정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호미로 캐봤더니 당근은 잘생겼는데

땅이 딱딱해서 당근이 제대로 캐지지 않고 부러져서 나왔다.

 

엊그제 배추를 뽑으면서 몇포기 남겨 놓았던 배추인데

추위에 완전하게 폭삭했다.
이렇게 얼어버린 모습은 처음이었다.

 

배추에 비해 '봄동'은 싱싱하고 예뻤다.
일반 채소와 월동채소는 비교가 될 만큼
추위와 상관없이 싱싱하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시금치도 역시 추위와는 상관없는듯 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도 변함없다는 것이 예뻐보였다.

 

청경채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겨울추위를 이겨내는듯 했다.

겨울에도 싱싱한 야채가 필요해서
치커리와 쑥갓은 비닐 이불을 덮어줬더니 무사했다

상추밭에도
뜯어 먹을 수 있을 만큼은 비닐을 덮어줬지만
그 나머지는  비닐을 덮지 않았더니  

거의 사그러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12월 추위가 이렇게  혹독하게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래도  어린상추는 용감했다.

추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예쁜 모습 그대로 잘 자라고 있었다.

 

텃밭 곳곳에서 냉이가 눈에 띄였다.

김장채소 뽑고, 살펴보지 않았는데

어느새 아무것도 없는 빈밭에서 냉이가 한몫을 하고 있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시골 동네 한바퀴를 하다보니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을  보았다.

처마 밑에 쌓여진 장작더미도 눈에 띄였다.

 

참으로 오랫만의 풍경이라서  반갑기만 했다.

이런 것들이 정겹게 보여진다는 것을 보니

나라는 존재는 도시보다는 아파트 보다는

시골에 살아야 할 팔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울에 수확한 당근  (14) 2023.01.03
김장하는 날에  (26) 2022.12.20
텃밭농사로 담근 김장김치  (13) 2022.12.14
12월의 텃밭에서  (25) 2022.12.02
텃밭에서 수확한 인디언 감자  (22)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