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1153

겨울날의 묘관음사에서

열흘 가까이 엄청 추웠던 날씨가 완전하게 풀린듯... 간밤에 예고없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나 했더니 오늘 낮 기온은 믿기지 않을 만큼의 포근함으로 영상 12도가 되었다. 아직은 음력 섣달이라서 언제 어느 때 또다시 기온이 내려갈지는 모르나 일단은 들판의 매실나무 꽃봉오리가 팝콘 터지듯이 자꾸만 활짝 피고 있다는 것을 보면 겨울 끝, 봄시작인듯 했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은 2월이 시작되면 바람은 너무 심하게 불지언정,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게 된다. 동백나무가 사찰 전체를 뒤덮은 곳에 혹시 동백꽃이 피었는가 가봤더니 추위가 오래 머물렀던 탓인지, 아직은 이렇다할 동백꽃이 피지 않은 동해남부 임랑해수욕장 주변, 산기슭에 위치한 묘관음사에 다녀왔다. 인기척이 없는 고즈넉한 경내에 들어섰더..

2024년 1월, 통도사 풍경

울산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여, 하얀 눈 구경을 혹시나 기대 하면서 음력 12월 초하룻날에 양산 통도사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통도사가 위치하고 있는 양산과 울산은 거의 같은 지역이라고 할 만큼 근접해 있었기에 진짜 눈 구경에 기대를 많이 해봤다. 그런데 초하루는 오늘이었고 눈이 내린 날은 그저께 밤 부터 새벽까지 였으니까 낮기온이 영상 7~8도의 날씨가 그대로 놔둘리가 없을 것이라 하면서도 기대를 해봤던 자신이 우습기만 했다. 당연히 눈이 내렸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언뜻 차창 밖으로 스치듯, 응달진 곳의 쌓인 눈은 잠시잠깐 봤었다. 그러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여지는 창밖은 봄날 처럼 화창했고 눈 눈 눈...그냥 어이없는 미소가 오히려 나를 더욱 멋적게 했다. 그래도 통도사가 위치하고 있..

암자로 가는 쓸쓸한 겨울 숲길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서 흙먼지가 날릴 만큼의 가뭄이 되는가 했더니 뜬금없이 하루 이틀 사흘... 추적거리며 내리는 차거운 겨울비는 오늘도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렸다. 봄 여름 가을에 내리는 비는 우산을 쓰고라도 걷기운동을 했었지만 으시시 한기를 느끼게 하는 겨울비는 감기라도 찾아들까봐 염려스러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꼼짝없이 집콕을 하면서 하루종일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어쩔수없이 걷기운동을 쉬게 되었더니 그냥 따분했고, 운동부족 되는 것 같기도 했고,재미도 없었던 날이었다. 무슨 겨울비가 몇날 며칠을 그렇게 많이 내리는 것인지 불만스러움으로 투덜거렸지만 다음 주 부터 영하의 날씨가 된다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영상의 포근한..

음력 11월 초하룻날에

세월이 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는 뜻의 세월유수(歲月流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음력 10월 초하루라고 다녀왔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하는 것도 없이 바쁘기만 했던 시간들이었는지 뒤돌아 보면 아쉽기만 하는데, 또다시 한달... 어느새 음력 11월이 되었고, 초하루라서 또다시 통도사에 다녀왔다. 도심 주변에는 아직도 붉은 단풍이 예쁜 모습으로 눈에 띄건만 산속 깊은 곳의 절집에는 늦가을의 그림자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겨울 풍경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어쩜 저리도 삭막할까? 눈에 보여지는 풍경들은 우중충한 회색빛 나무들뿐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겨울 나무에서도 그나름의 매력을 느껴 보는 것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해마다 이맘때 부터 봄이 올..

늦가을 풍경이 머무는 장안사

겨울의 시작인 12월로 들어서면서 날씨는 더욱 추워졌으나 단풍이 본격적으로 예쁜 모습이 되고보니 오라고 하는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아져서 그냥 바쁘기만 했다. 다른지방 사람들은 겨울 초입에 웬 단풍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곳의 단풍드는 늦가을은 이제 부터라고 말하면서도 12월이라는 것이 약간은 멋적은 미소를 짓게 했다. 집 밖으로 나가면 눈이 호강 할 만큼 예쁜 모습의 나무들이 눈에 띄었으나 옷깃을 파고드는 으스스한 겨울바람은 춥다는 느낌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단풍이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래보지만 겨울 초입에서 늦가을이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렇게 저렇게 핑계를 대고 늦가을 날에 암자로 가는 호젓한 길이 걷고 싶어졌는데 마침 지장재일 법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다녀오게 되었다. 암자로 들어..

늦가을, 금정산 암자 가는 길

엊그제 금정산 범어사 갔던 날에 좀 더 멋진 단풍을 보기 위해서 금정산성 북문 쪽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산 위의 단풍이 어떤지, 생각도 않고 기왕 산속으로 들어왔으니까 ... 그냥 욕심만 갖고 힘들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그러나 산 위로 올라갈수록 예쁜 단풍은 이미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을뿐 삭막한 겨울 분위기는 더욱 썰렁하기만 했다. 처음 산으로 올라갈 때의 즐거움은 씁쓸함이 되었고 마음속에서 내가 나에게 비아냥거리는 중얼거림은 "멍청이"였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산위에서 단풍을 본다고...헛웃음도 나왔다. 11월이 끝날 무렵에 산꼭대기에서 단풍을...어디서 한 세월 잠자다가 나왔냐? 어이없게 픽 웃어보면서 산중턱에 있는 금강암으로 발길을 돌려봤다. 금강암은 범어사에서 바라볼 때 금정산성 북문..

범어사 대성암, 늦가을 풍경

어쩌다보니 금정산 범어사로 가는 길이 뜸해져서 일년에 한 두번 정도 겨우 계절 바뀔때만 간다는 것이 진짜 내가 불자였었는가, 불심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한달에 한번 음력 초하루에는 양산 통도사를 갔었고 음력 보름날에는 꼭 금정산 범어사 일주문을 들어섰으며 음력 18일(지장재일)에는 불광산 장안사를 갔었는데 요즘은 겨우 음력 초하루에 통도사 가는 것 말고는 뜸해지는 것 그것도 사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가 될런지는 모르나 어째튼 매달 음력 보름날을 건너 뛰면서 범어사 부처님을 뵈러 가는 길이 뜸해졌음을 진심으로 반성해본다. 지난 봄날 4월에 금정산 암자산행을 한 후 어찌하다보니 여름을 건너 뛰었고... 겨우 늦가을 끝자락에서 범어사 일주문을 들어선 이유는 마지막 떠나가는 가을을 배..

경주 불국사의 늦가을 단풍

해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늦가을 여행지가 올해는 생각치도 않게 '경주'가 되었다.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공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은 후 첫 근무지가 포항공대였기 때문이었다. 조카 덕분에 경주에서 가까운 포항 일대를 돌아다니는 일정이었으나 숙소가 경주 보문단지內에 있는 호텔이었기에 그곳에서 가장 쉽게 찾아 갈 수 있는 곳이 불국사여서 늦가을 정취를 느끼고 싶은 이유로 불국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기슭에 위치한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15년(528)에 법흥왕의 어머니인 영제부인과 기윤부인이 창건하였고 경덕왕10년(751)에 김대성이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또한 불국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이며 ,사적 제502호 이다. 늦가을 단풍을 보기위해 일부러 경주 불국사를..

통도사의 쓸쓸한 만추 풍경

기온이 엄청 내려갈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 애기동백꽃이 화사하게 피고 있는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인데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냐면서, 음력 10월 초하루였기에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아서 겨울 패딩을 꺼내입고 목도리와 장갑 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추웠던 아침 기온은 1도였고, 바람까지 불었다. 바람 덕분에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상상밖이었다. 그래도 영하 까지는 내려가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했건만 초하룻날의 절집으로 가는 숲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엄청 추웠다. 얼마나 추웠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너무 추워서 아침식사 했던 것이 급체를 해서 고생을 좀 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래도 집 ..

기장 불광산 척판암

음력 9월 18일(양력11월1일) 지장재일에 기장 불광산 장안사에 법회가 있어서 갔다가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예쁘게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는 불광산 자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산행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랫만에 가파른 산길을 따라서 척판암 까지 오르게 되었다. 날씨는 선선했고, 단풍이 예쁘게 물들면서 떨어지는 낙엽 덕분에 산 길 따라 올라 가봤던 척판암은 해발 300미터 정도의 그다지 높지 않은, 불광산 자락의 가파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단풍이 물들고 있는 계절의 등산로 초입에서 빨간 꽃이 핀 것 처럼 예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눈여겨보니 화살나무가 열매까지 예쁘게 매달고 있었다. 화살나무는 무환자나무목의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전국 각지의 낮은 산에서 자라고 있는데 화살나무는 다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