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선선한 가을날의 텃밭풍경

nami2 2022. 10. 12. 22:08

며칠째 계속대는  가을날의 싸늘함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단풍도 들기전에 어설프게 떨어져서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면

이대로 그냥 겨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만 생긴다. 

 

찬이슬이 흠뻑 내려앉은  텃밭에서 상추를  뜯다보면  손이 시렸다.
오전 8시쯤, 텃밭의 기온은  몸이 움츠려들 만큼의  추위가 느껴졌다.

 

정성들여 키운  배추는 노랗게 속을 채우려고  결구가 시작되었고
뽀오얀  모습의  가을무우는 점점 굵어져서 예쁜 모습이 되고 있는데...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리며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 한켠은  자꾸만 텃밭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그냥 못마땅했다. 

 

하루가 다르게  예뻐져가는  텃밭 채소들은

싸늘해지는 기온과는 상관없는듯, 꽃을 피우고 더욱 성숙해지는 모습인데
게으름을 피울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 늦으막하게 밭에 나가서

괜한 미안함에  이곳 저곳 텃밭을 돌아보며 사진만 찍어댔다.

 

텃밭 한켠의  감은

하루가 다르게 예쁜 색깔로 가을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한개 따서 한입 베어물고 싶지만

땡감이라는 것이 유감을 만들었다.

한 겨울에는  곶감도 될것이고, 홍시도 되어주는  대봉감이다.

 

부지깽이나물(을릉도취)이  요즘 가장 멋지게 텃밭을 장식했다.
분명 가을꽃이고, 정확한  이름이 있다.

그런데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는 것 같아서

부지깽이 나물꽃이라고 , 이름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봄 부터 여름 까지 열심히 나물을 뜯어먹었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니까  어쩔수없이 꽃으로 마무리 하는 것 같았다.

씨가 되어서 바람에 날리니까 

텃밭 주변은 온통  보랏빛  쑥부쟁이꽃 세상이 되었다.

인디안 감자꽃이라고  텃밭지기가  자랑을 했다.
올해 처음 텃밭에 심어봤다고 했는데, 꽃이 신기했다.
꼭 칡꽃을 닮았다는 느낌의 '인디언 감자꽃'이다.

씨를 뿌린지 한달밖에 안된 '치커리와 쑥갓'이
제법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요정도의 채소인데도 혼자서 먹기에는 넘치는 것 같았다.

 

청경채 씨를 뿌렸더니 , 흙속에서  씨가 나오기 싫은듯 ...
이제  띄엄 띄엄 발아되고 있는 모습이다.

옆고랑의 가을무우는  제법  자라고 있다.

두번의 솎음으로  맛있는 열무김치가 되어서

서울 동생집으로 택배갔고, 나또한 열심히 먹고 있는 중이다.

 

돌산갓도 이제서  씨가 발아되고 있는데
가을은 깊어가건만
언제쯤 갓김치를   먹게될런지?

산나물밭은 온통 가을 꽃밭으로 변했다.

참나물, 방풍, 쑥부쟁이, 취나물, 을릉도취(부지깽이나물)

참나물과 방풍은 이미 꽃을 피워서 씨를 퍼트려

새롭게 새싹이 나오고 있었고

들국화라고 불려지는 

쑥부쟁이와 취나물, 부지깽이 꽃은 지금 한창 꽃이 피고 있는 중이다.

곧 텃밭 한켠에  들국화의 원조 '산국'이 필 것 같았다.

 

올 가을에는  흐린 날씨가 많아서인지 쪽파가 쑥쑥 자랐다.

파김치도 담가야 했고

파전도 부쳐야 했으며, 파강회도 생각 나는데

게으름은  나랏님도 구제 못할듯....

그냥 생각없이 파를 뽑아서 다듬어 보고 있다.

 

상추밭도 점점  먹음직스러워졌다.

로메인상추, 조선상추, 꽃상추, 청상추...

그런데 겨우 고기 먹을때만 상추를 뜯어 먹다보니

상추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초가을에  태풍 피해를 엄청 봤던 것이 당근이었다.
그래서 올해 당근 농사는 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성을 들인 만큼 , 너무 잘 크고 있었다.

요즘  엄청 정성 들이는 것이 배추였다.

배추 역시 태풍 피해가 많았다.

그래서 크기가 들쑥날쑥이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잘 크고 있는데
텃밭 채소 중에  농사짓기가 참 힘든 것이 배추였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물 관리도 해야 하고, 칼슘제도 주고, 추비도 줘야 하며

진딧물, 달팽이, 청벌레, 배추벌레와의 싸움도  예방 하려면

한시도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이 골치가 아픈 배추농사이다.

 

해마다 30포기  모종 심어서 5포기 정도 수확했음의 원인은  방심이었다.

그래도 지난해는  신경을 썼더니 25포기 수확을 했었다.

 

맨드라미꽃은 어느새 텃밭  지킴이가 되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자꾸만 예뻐져 간다.

 

수명이 길어진 꽈리고추를 보면서 그냥 예뻤다.
해마다 꽈리고추는 8월쯤에  흔적없이 사라져 갔는데
올해는 서리 내릴 때 까지  텃밭에 머무를것 같았다.

 

가을무우는 동치미를 담글 것이고

알타리 무우는  서울 동생집으로 택배 갈 것이라서

새롭게 씨를  뿌렸더니

벌레 하나없이 깨끗하게 잘 자라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여름내내 잡초였던 '여뀌' 꽃도 텃밭에서  예쁜 꽃으로 변신했기에
잡초에서 야생화로 승격 시켜주었다.

텃밭 끝쪽에는  완전한 쑥부쟁이꽃 세상이 되었다.

나물도 맛있었지만, 보라색 꽃도 예쁘기에

틈새마다 모두  쑥부쟁이를 심었더니 완전 군락지가 되었다.

 

배초향(방아)꽃의  짙은 보라색깔이
날씨가 추워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억새꽃이  점점 깊숙한 가을  풍경을 만드는 것 같았다.
텃밭 한켠을  자꾸 그늘로 만드는것이 싫어서
여름날에는  낫을 들고  억새 주변에서 설쳐댔다.

그랬는데...
가을이 깊어가면서 억새는  텃밭 주변을  분위기스럽게  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풀이 아니라, 야생화라고... 칭찬을 해본다.

은발 머리  바람에 나부낄때도 좋았고,

바람이 불때마다 사각거리는 억새잎 부딪히는 소리도 듣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