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 핀 꽃
장마의 시작인지, 장마의 끝인지는 분간하기 어렵지만,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오늘은 하루종일 흐림이면서 선선한 가을날씨가 되었다.
폭염이 계속되던 여름은 어디로 사라졌고, 짜증스럽게 울던 매미소리도 그냥 여름의 소리로 들릴 정도인데
흐린날씨 덕분에 텃밭에서 풀과의 전쟁을 하다보니, 어느새 귀뚜라미가 눈 앞에서 왔다갔다 자꾸만 아는체를 했다.
계절은 7월 중순으로 접어들기 시작하건만, 벌써 가을이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9월쯤에 들판을 하얗게 장식하는 '부추꽃'이 벌써 피기 시작했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가을이 보름 정도 일찍 오고 있다는 것을 음력 날짜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7월인데, 부추꽃이 피고 고추가 빨갛게 익어간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초가을쯤의 어린 시절에 '동부콩'을 넣은 밥을 맛있게 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송편 속에다가 넣은 것도 기억났고....
그 동부콩 꽃이 예쁘게 피었기에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콩 꼬투리가 길어서 신기하기만 했던 ' 동부콩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텃밭에는 농사의 기본인 오이, 고추, 가지, 호박, 상추, 양파,대파, 쪽파, 옥수수를 주로 심었는데
올해 부터는 한단계 높여서 농사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콩을 심어봤다.
완두콩, 강낭콩, 호랑이콩, 동부콩,
그래서 콩농사가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땅콩과 서리태를 심어볼 예정이다.
텃밭은 넓고, 농사는 한계가 있고 , 땅은 비워둘수 없어서
이곳저곳에 꽃씨를 뿌리고 가꿨더니, 어느새 텃밭이 꽃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봉숭아꽃을 심어놨더니 사람들이 손톱에 물드린다고 자꾸만 기웃거렸다.
워낙 많이 심어졌으니까 "손톱에 물드릴 사람은 모두 오세요" 팻말을 붙여놓을 생각을 해봤다.
텃밭 입구 부터 온통 봉숭아꽃이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점점 여름이 성숙해져 갈수록, 봉숭아꽃은 더욱 더 탐스러워질 것 같다.
나물보다는 꽃이 더 예쁜 '곤드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곤드레꽃을 고려엉겅퀴꽃이라고 한다는데....
이곳은 강원도가 아니고, 부산 기장 해안가라서인지, 사람들은 곤드레 나물을 그리 좋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곤드레 나물 보다는 꽃이 더 예뻐서, 텃밭 구석구석 곤드레 꽃봉오리가 가득하다.
8월쯤에는 제법 예쁜 꽃이 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주말에는 알바를 하느라 ,이틀 동안 밭에 가지 않았고
어제 월요일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밭에 가지 않았더니, 3일만에 텃밭의 수확량은 엄청났다.
완숙토마토가 제법 보였다.
이렇듯 빨갛게 익었는데, 고라니와 까치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방울토마토와 일반 토마토가 빨갛게 꽃이 핀 것 처럼, 토마토 밭은 화사했다.
농사를 지으면 먹는 재미 보다는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밭에서 수확을 하고나면, 먹어 치울일이 걱정이 된다.
거의 소식을 하는 식성이라서, 매일 같이 늘어나는 수확량에 감당이 안된다.
텃밭에 심어놓은 아주까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어린 잎사귀를 따다가 데쳐서 말린 후, 묵나물로 먹으려고 심어 놓은 '아주까리(피마자)' 이다.
토마토 밭에는 울타리 처럼 하려고
코스모스를 심어 놨더니 코스모스 꽃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다.
양파 밭 한켠에 '맨드라미' 싹이 올라와서 그냥 놔뒀더니 어느새 이만큼 컸다.
자리를 잘 잡아서 꽃을 피우라고, 오늘 적당한 장소에 옮겨 심었다.
완전 토종꽃 맨드라미는 아마도 여름 끝자락 부터, 꽃이 피지 않을까 기다려본다.
그외에 나팔꽃도 지지대에 줄을 엮어서 해줬더니 열심히 넝쿨을 뻗고 있었다.
텃밭에 일을 하는 것도 즐겁지만, 여름꽃을 피우려는 화초들을 관리 해주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았다.
호박을 너무 정성 들였더니 오이 못지않게, 너무 열심히 열매를 만들어서 수확하게 했다.
벌써 10개 정도 따서 먹었는데, 여전히 이렇게 튼실한 호박이 주렁주렁이다.
주말 이틀 알바 때문에 텃밭에 나가지 못했고, 어제 월요일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나가지 못한 텃밭이라서
새벽 부터 모두들 어찌 지내고 있는가, 문안인사 여쭈러 나갔다가 기함을 하는줄 알았다.
간단한 작은 가방에 생수 한통 넣고 밭에 나갔다가
돌아 올때는 지인의 자동차 도움을 받을 만큼 수확량이 넘쳐났음에 한바탕 웃고 말았다.
애호박 5개, 오이 12개, 가지 6개, 토마토 한보따리, 찍어먹는 고추 한소쿠리
팔뚝만한 노각오이 4개, 꽈리고추 한소쿠리, 그밖의 상추, 깻잎, 당귀잎, 대파...등등
그 많은 수확량이 감당이 안되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택배 박스를 꾸렸다.
우리집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서울 여동생네 냉장고에 저장하기로 했다.
택배 박스에 가득 보내놓고, 또 남아 있는 것들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