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한겨울, 산비탈길에 핀 매화

nami2 2022. 1. 21. 21:25

엊그제  퇴비거름(20키로)을  10분 거리에서 19포대나 들어올리고

캐리카에 싣고,  운반하고, 또 들어올려서  텃밭에 쌓는 일을 미련맞게 했더니 심하게 몸살이 왔었다.

그 후유증으로 허리가 심하게 아팠고, 어깨와 팔에 근육통이 생겨서 밥을 못먹을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꼼짝없이 누워서 엄살을 피우는 것도 호사스런 일이라 생각해서 어디론가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몸의 상체는 죽을 만큼 아팠지만, 몸의 하체는 멀쩡해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유혹을 하니

상체와 하체의 갈등속에서 그만 못이기는 척,  버스를 타고  송정 해수욕장으로 가서 해안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꽃이 없는 계절, 아무것도 눈요기 할만한 것이 없는 계절이기에  요즘은 자꾸만 바다로 나가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된듯 했다.

그런데....

쓸쓸한  겨울 해수욕장에서  모래밭의 갈매기들과 시간을 보낸후, 버스가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서

집쪽으로 가는 해안로를 걷다보니, 낮으막한 산비탈의 나무 숲에서 하얀 것들이 다닥다닥 눈에 띄였다.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가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을

혹시나 하면서 산비탈을 올라갔더니, 매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윽한 향기속의 하얀 존재들은, 한겨울날에 화사하게 꽃이 핀 매화였다.

완전 대박!!   다섯 그루의 매실나무에서 하얀꽃들이 진짜 대박을 쳤다. 

 

해마다 피는 매화이고

동해남부 해안로 주변에서는 1월중순이면 볼 수 있는 매화였지만

새해 첫날 일출을 보면서 느껴지는 경이로움 처럼, 한겨울에 처음 만나는 매화도 늘 설레임을 갖게 했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순간이었지만, 나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했기에

올해 처음 보는 매화와 눈인사 하기에도 바빴다.

 

 

오늘이 1월21일이니까

아마도 처음 꽃이 핀 시기는 1월10일쯤 되지 않았을까,  손가락으로 날짜를 되짚어 보았다.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겨울날의 매향은 달콤하면서도 그윽했다.

 

 

이렇게 활짝 핀  매화 꽃잎 위로 눈이 내린다면....

동해남부 해안가에서 눈이 내린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몇 년전에는 하얗게 핀 매화꽃잎 위에 눈이 소복하게 내린 적도 있었다.

 

너무도 화사하게 핀 매화가  혼자보기에는 아까울 만큼 예뻤다.

 

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고 했다.

일찍 피는 매화는 조(早)매화,  추운 겨울에 피는 매화를 '동(冬)매화'

그리고 눈속에서 피는 매화를 설중매(雪中梅)라고  부른다고 한다.

 

 

집 주변에도 매실나무 과수원은 꽤 많았다.

그래서 오매불망,  매실과수원을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하루에 한번씩 찾아다녀봤지만

올해는 아직도 꽃 소식이 없었다.

해마다 1월 15일쯤에는 꽃을 봤건만, 1월 21일 현재에도 집 주변에서는 매화소식이 감감했다.

 

 

 

 

작은 나무가지마다 앙증맞게 꽃이 핀 모습에서

수평선 너머의 어디선가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집 주변  공원길에도 매화 꽃망울이 많이 부풀었지만 

꽃이 피는 속도는  양지바른 해안가 보다는  꽤 늦은 것 같다.

여러나무에서  눈이 내린듯 하얗게 꽃이 피었다는 것은  아마도 1월10일쯤 부터 꽃이 피었다는 것인데

집 주변이 아닌  낯선 곳에서 새롭게 매화를 보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또한 집 주변의 홍매화 피는 해안가 언덕에도 해마다 1월15일쯤에는 꽃을 볼 수 있는데

올해는 기장 바닷가에 이변이 생긴듯, 계속해서 영하의 날씨였다는것이

매화의 개화 시기가 늦은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