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길의 가을꽃들
2개월 정도의 일상이 늘 우중충한 날씨에 길들여져서인지
맑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면, 집콕, 방콕이라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전철로 환승한후, 다시 지하철 그리고 또 버스...
몇번씩이나 환승을 하면서도 날씨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산 금정산 속의 암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쪽 산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다시 저쪽 산으로 올라가고, 저쪽 산에서 내려와 또 다시 다른 산으로
암자가 분산되어 있는 금정산을 혼자 헤매면서도 절대로 두려워 하지 않았던 이유는
산속은 이미 겨울로 들어섰고, 산길에서 만날수 있는 벌레와의 전쟁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금정산 범어사 매표소 앞에 버스 승강장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은 진짜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예뻤다.
텃밭에서 키우는 쑥부쟁이 꽃은 그냥 생각없이 바라봤는데
산속의 계곡 옆에서 만난 연보라빛 쑥부쟁이 꽃은 느낌마져 특별한 것 같았다.
암자 주변의 바위 틈새에서 아주 예쁜 녀석을 발견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봤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두루미천남성'이라는 식물은 사그러들고 있는데, 열매는 예뻤다..
울퉁불퉁 대성암으로 가는 길은 완전하게 바위들이 뒤죽박죽이었다.
비 내리는 날은 길이 미끄러웠고, 겨울날에는 얼음이 얼어서 길이 또 미끄러웠다.
그래도 대성암으로 가는 길에는 야생화가 많이 있어서 한번도 머뭇거리지는 않았다.
숲길에서 만난 '나비나물'꽃이 겨우 한송이 남아 있었다.
산속의 계절은 어느새 겨울 초입이었다.
보랏빛 예쁜꽃을 처음 만난후 눈을 의심했다.
나혼자서 발견한 것도 황송했고, 혼자보기 아까웠음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놓고보니
이곳저곳 암자가는 길목의 산길에서 제법 여러 모습으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대성암에서 금강암으로 올라가는 산길에서 홀로 피어 있었다.
금강암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에 예쁜 꽃을 또 만났다.
이 녀석의 이름은 '투구꽃'이다.
투구꽃은 미나리아재비과로서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꽃 모양이 마치 로마병정이 쓰던 투구 같은데, 한편 고깔이나 옛날 모자인 남바위를 닮기도 했다고 했으며
영어 이름은 멍크후드인데, 수도승의 두건을 뜻한다고 한다.
금정산 계명암으로 올라가는 산길의 숲속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투구꽃을 발견했다.
풀 숲에서 뭐가 나올까봐, 들고 다녔던 작대기로 풀숲을 뒤적거리며 꽃을 찍으러 갔었다.
혼자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행동을 하면서 숲속으로 들어갔다는것...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도대체 산속의 야생화가 뭔지?
아직은 연보라빛 색깔이 어설퍼보이는 '좀작살나무'열매이다.
좀더 가을이 깊어가면서, 날씨가 추울수록 짙은 보라색깔로 변해가는 모습은 한마디로 예쁘다.
금강암으로 올라가는 산길 옆의 계곡에서 만났다.
단풍이 물들어서 낙엽이 질때면, 산길에서 가장 예쁜 열매로 거듭날 것이다.
범어사에서 암자로 가기위해 숲으로 들어갔더니, 빨간 열매들이 마중을 나왔다.
4월에 하얗게 꽃을 피워주더니, 10월에는 빨간열매로 또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덜꿩나무 열매이다.
아직은 단풍 색깔이 없는 초록빛 숲길에서 빨간 '덜꿩나무' 열매가 이쁜짓을 하고 있었다.
금강암으로 오르는 길도 바위 길이다.
이제는 제법 많이 다녀서인지, 이런 길도 잘 걸어다닌다.
바위틈새로 흐르는 물소리도 시원스럽고
유리처럼 맑은 계곡물속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는 것도 볼수록 재미있고 신기했다.
나 혼자서 돌아다니며 노는 즐거움도 터득을 하고보니, 혼자였기에 더 재미있는 것 같았다.
일찍 피어 있었던 꽃들도 시간이 흐르니까 사그러들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9월초쯤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던 '참취'꽃이다.
금정산 계곡 옆에서 딱 한송이 남아 있는 올해의 마지막꽃 '물봉선'이다.
초가을에는 계곡옆에서 제법 군락을 이루고 피던 꽃인데....
혹시 나를 기다린 것일까?
감사함을 사진으로 대신 했다.
원효암으로 가는 길은 스님 혼자 보냈다.
스님 뒤를 쫒아서 원효암으로 가고 싶었지만
산이 깊은 곳에서 ,혼자서 돌아오는 길에 멧돼지라도 만날까봐 선뜻 따라가지를 못했다.
계곡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오는 산길을 따라서 암자로 오르다보니
이런 저런 꽃들은 제법 많이 보였지만, 내가 찾는 하얀 구절초꽃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금정산성 북문 쯤에서 부터 산 정상 부근에서 군락을 이룬 구절초꽃을 보려면
금정산을 오를수 밖에 방법은 없었다.
혼자서는 두려움이 자꾸만 길을 막아섰기에 구절초꽃에 대한 미련은
조만간에 금정산을 오르면서 만나기로 하고 ,괜한 암자 주변만 배회하듯 돌아다녔더니
향기 짙은 노란 '산국'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