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산책길에서 만난 꽃
꽃들은 점점 초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 날씨는 늦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뒷산의 뻐꾸기는 쉴새없이 울어대면서 초여름임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
계절의 어수선함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만들어서 애꿎은 텃밭에서 하루 절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계속해서 우중충해서인지 뽑아내도, 또 뽑아내도 끝이 없는듯한 풀과의 전쟁은
사람만 지치게 만드는 정말 재미없는 요즘이다.
그래도 하루에 한 두시간은 꼭 돌아다니게 만드는 건강을 위한 걷기운동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요즘 꽃들을 제 때에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려본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 빨간 넝쿨장미꽃만 지천으로 보여지는 요즘
어느집 울타리에는 보기드문 하얀 장미꽃이 멋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일기예보도 없이 아무때고 생각날때 비를 뿌리는 이상스런 날씨 때문에
촉촉하게 비를 맞아서 더욱 예뻐보이는 장미꽃을 산책길에서 만났다.
어느집 철조망 울타리에서 하루가 다르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분홍장미꽃
매력적으로 예쁜 꽃을 산책길에서 만났다.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꽃, 나중에 알고보니 '복분자'꽃이었다.
복분자술을 마셔본 것이 꽤 오래되었는데, 복분자 꽃은 난생 처음 보게 되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았다.
꽃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어도, 꽃에 대해서 알려고 하면 끝이 없는 것 같다.
복분자꽃이 이렇게 핀다는 것을 올해 처음 알게 되었다.
끈끈이대나물꽃
어느집 대문 앞에 화폭에 그려놓은 듯한 꽃이 피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조화인가 싶어서 만져 보았더니 살아있는 꽃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꽃이라서 또다시 즉석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백선'이라는 꽃이었다.
백선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며
한국과 일본, 중국이 원산지이며, 산기슭에 서식한다고 했다.
운향과의 '백선'이라는....
우리나라의 운향과 식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나무가 아닌 풀이라고 하는데
뿌리의 겉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백선피'라고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장미꽃 외에는 별로 예쁜 꽃이 없는 요즘에, 제법 화사하게 꽃이 핀 '분홍빈도리'꽃이다.
분홍빈도리꽃
빈도리는 낙엽활엽관목으로 키는 2m까지 자라며, 꽃은 5~6월에 핀다.
빈도리나무는 대나무 처럼 줄기의 속이 비어 있어서 (빈)
꽃은 말발도리를 닮아서 '빈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말은 '애교'라고 한다.
산과들에 하얀 찔레꽃이 거의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되자, 분홍찔레꽃이 피기 시작했다.
토종은 아닌듯 했지만 , 분홍찔레꽃이라는 것에 자꾸만 눈여겨보게 되었다.
분홍찔레꽃
콘크리트 담장과 전봇대 사이에서 터를 잡고 꽃을 피운 '분홍찔레꽃'
참으로 척박한 공간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예뻐보인다.
어느 시골마을의 빈집에서 화사하게 꽃을 피운 노랑붓꽃도 웬지 쓸쓸하게 보였다
요즘 너무 흔한꽃이 되어버린 '청사랑초'꽃이다.
역시 시골마을의 빈집을 화사한 모습으로 지키는 것이 예뻐 보여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시골마을에는 연로하신 어르신이 떠나가고 나면, 으례히 빈집이 된다는 것이
웬지 나의 노후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그랬다.
5월초부터 하나씩 둘씩 꽃이 피던 '초롱꽃'이 어느새 이렇게 무더기로 꽃이 피고 있었다.
섬초롱꽃
접시꽃이 점점 예쁘게 피고 있다는 것이 완전한 초여름을 말해주고 있는데
뭔가뭔지 어정쩡한 계절의 날씨탓에 초여름인지, 늦봄인지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들판에서는 모내기라는 푸근한 풍경은 아니더라도 기계의 힘을 빌려
벼를 심어놓은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소리와
요즘에는 어쩌다 볼 수 있는, 누렇게 보리가 익어가는 풍경이 영락없는 초여름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