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산골의 작은암자
4월이 되면서 바람 한점없이 화창한 봄날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은 피어나는 꽃잎을 자꾸만 떨구게 할뿐,
미운 일곱살이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의 날씨는 진짜 미운 4월인 것 같았다.
강한 바람이 눈치도 없이 불어대고, 주말과 휴일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는....
그래서 텃밭에 온갖 모종을 심을 바쁜 시기에
날씨 눈치를 보면서, 텃밭 일에 뒷짐을 지고 주춤한다는 것이 기가 막힐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도 없고, 미세먼지도 없었으며, 날씨도 적당하게 좋았던 날이었기에 걷는 것 마져 즐거운 날이 되었다.
이런 날에 가만히 방콕을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생수 한 병 손에 들고 길을 떠나보았다.
자두꽃인지, 돌배나무꽃인지 구별이 안되는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하얗게 핀 암자 앞에서 저절로 발길이 멈춰졌다.
봄날이라는 것이 이래서 아름답고 즐거운 것인가 할 만큼, 암자 풍경은 예뻤다.
팥꽃나무는 가끔 암자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
통도사 취운암에도 있었고, 보타암에서도 있었으며, 범어사 산내암자에서도 보았는데
이곳 작은 암자에도 팥꽃나무는 너무 예쁘게 꽃이 피어 있었다.
보라색깔의 작은 꽃방망이가 뭉쳐 있는듯한 모습은 신기할 만큼 예뻤다.
팥꽃나무는 한국(중부지방, 남부지방) 일본, 중국, 대만에 분포하며, 바닷가 근처 원야및 산지에 서식한다고 했다.
꽃말은 꿈속의 달콤한 사랑, 불멸, 명예 라고 한다.
4월이 되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박태기나무'꽃도 이곳 암자에서는 진짜 예뻐 보였다.
암자는 완전한 봄꽃 세상이 펼쳐졌다.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진짜 꽃대궐, 아니면 무아지경의 극락세계....
혼자 걷기에는 약간 두려움이 생길 것 같은 깊은 산속에
이런 암자가 있다는 것은 가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예뻐서
인기척 조차 없는 조용한 암자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꽃구경 하느라 정신을 몽땅 빼았겼다.
수사해당화를 처음 본 것은 청도 운문사에서 였다.
그후 부터는 가끔 아주 가끔, 비구니 암자에서 이꽃을 만나게 되는데, 만날때마다 설레이는 마음은 여전했다.
꽃 세상에서 만난 '제비꽃'도 한몫 하는듯, 다른곳에서 보는 제비꽃보다 훨씬 예쁘다.
만첩 능수도화는 어찌 그리 꽃색깔이 예쁜 것인지?
그림 물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수 없는 아름다운 연분홍 색깔의 꽃이다.
연두빛 산등성이와 잘 어울리는 연분홍 풍경은 무아지경 그 자체였다.
햇볕이 눈이 부실 만큼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진이 약간 안개속 처럼 보여졌지만
그래도 예쁜 봄날의 암자풍경이다.
연분홍 벚꽃과 하얀 돌배나무꽃 사이에
들어앉은 암자의 요사채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부럽기만한 멋진 곳이었다.
능수홍도화
처음보게 된 이색적인 '자목련'이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자목련과 비슷할뿐...
꽃에다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즉석에서 검색을 했더니 '자목련'이라는 답이 나왔다.
이쁜 암자에서는 자목련도 이색적으로 예쁜 것인가보다.
만병초 꽃이 화사하게 피어서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수목원에서만 보았던 만병초 꽃을 암자에서 만났다.
연두빛 나무사이로 '꽃사과'꽃이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이곳 저곳에서 '꽃사과'꽃이 피어났고, 덩달아 과수원에는 사과꽃도 보이기 시작했다.
산길을 20분쯤 걷고나서, 또 산 모퉁이를 돌아서 20분 정도를 걸어 가다가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져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적막한 산길의 중간 지점에서 숨겨져 있는듯한
작은 암자의 비밀정원에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그냥 생각없이 길을 걷고 싶을때는 가끔씩 찾아가는 예쁜 암자는
우리집 아저씨가 2년 전에 이사를 했던, 숲속 주변에 있는 작은 암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