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 겨울 마무리

nami2 2020. 12. 30. 22:07

긴 겨울 가뭄이 해소가 되었을 만큼, 어제는 제법 흙이 촉촉해질 만큼 비가 내렸다.

날씨도 봄날 처럼 포근했던, 낮의 기온이 17도였다.

그렇게 날씨가 포근하면 1월에도 텃밭의 채소를 뜯어 먹을수 있겠다는 즐거운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의 기온과 오늘의 기온을 생각하면 그냥 할말이 없어졌다.

오늘 아침기온은 영하 4도였고, 하루종일 영하의 날씨가 누그러지질 않았다.

아직은 텃밭에 마무리 할 것이 남았지만, 비가 와야 해결될일이라서 비를 기다렸었는데

비가 내린 다음날에는 영하의 날씨가 될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국화꽃이 가을날 처럼 예쁘게 피는 것을 보면, 그리 쉽게 추운 날씨가 안될줄 알았다가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 되었다.

 

새롭게 꽃이 피는 국화는 짙은 국화향기가 있었다.

누가 이꽃을 보면 지금이 겨울이라고 하겠냐만은

어째튼 어느집 담모퉁이에서 꽃이 예쁘게 피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오늘은 한해의 끝자락에서 하루를 남겨놓은 12월30일이다. 

 

하늘이 내려준 채소라고 하고,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신선초는

12월 초 까지 잎을 뜯어다가 녹즙을 짜서 마셨던 채소였다.

겨울 추위에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사라질 것인가를 궁금해 했는데

오늘 밭에 가보니까, 시든 잎 사이로 새로운 싹이 돋고 있었다.

아직은 2포기 모두가 멀쩡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흙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흙속에서 추운 겨울을 한달만 지내면 된다는 생각이다.

 

아끼던 텃밭의 채소 '신선초'의 흙무덤이다.

혹한의 겨울날씨 한달만 버티라고 ....

얼어죽지 말고 한달만 버티라고...꼭꼭 흙속에 파묻어 주었다.

 

텃밭에서 한해의 마무리는 당근을 수확하는 것이었다.

가을가뭄이 심해서 당근이 자라지 않았음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12월 마지막 끝자락 까지 왔다.

더구나 비가 내리지 않는 땅은 딱딱하게 굳어서 당근을 캐려면, 당근이 부러질 것 같았는데

마침 어제 비가 내려주어서 당근을 캐러 밭에 갔더니

손이 시리고, 발이 시리고, 몸속으로 파고드는 냉기는 얼어죽을 만큼 추웠다.

어제는 봄날 처럼 따뜻했는데, 오늘은 영하의 날씨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비가 내려서 촉촉해진 밭이라서 당근은 잘 캘수 있었는데

당근을 수확할 만큼의 당근은 별로 없었다.

당근 쥬스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아서 당근을 심어놓고, 열심히 물을 퍼다 주었건만

생각 만큼 당근은 그리 잘자라지 않았다.

손가락 만큼의 굵기를 가진 당근은 흙으로 잘묻어 주었다.

봄 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8월 25일쯤에 씨를 뿌렸던 당근의 크기는 이랬다.

정성을 들인 만큼의 결과는 100점 만점에 30점 수준이다.

 

올해의 당근 수확은 이 정도였다.

봄에 심은 당근은 긴 여름 장마 때문에 모두 썩혀버렸고

가을에 씨를 뿌린 당근은 가을 가뭄 때문에 꼬라지도 그랬고

굵기도 새끼손가락 정도여서 캘수가 없었다.

하늘만 바라보는 텃밭 농사... 올해는 모든 것이 꽝이었다.

 

갑자기 텃밭의 채소가 먹고 싶어져서

추운 날씨에 손이 시려서 호호 불면서 겨우 이만큼 뜯어왔다.

겨울초(유채), 봄동, 상추, 케일, 오크상추

겨울이라서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조금씩 자라고 있어서 먹기에도 아까운 채소들인데

더 추워지면 그나마 모두 새까맣게 얼어버릴 것 같아서 뜯어봤다.

 

텃밭에서 뽑은 대파와 당근 그리고 채소...

달큰한 맛보다는 쌉쌀한맛이 있었지만, 그래도 텃밭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채소이니까

감사함으로 먹어주기로 했다.

 

새콤달콤 야채 겉절이는 먹을만 했다.

소고기를 청경채 넣고 볶아서, 야채 겉절이를 곁들여서 한끼 해결했다.

 

오후 4시쯤 밭에 마무리 할 것이 있어서 잠시 들렸더니, 비에 젖어서 촉촉했던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제는 땀이 날 만큼 포근 했었건만
오늘은 하루종일 영하의 날씨였다.
겨울철의 날씨는 이해 할수없을 만큼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밤새 안녕이라고...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기온변화가 심했다.

텃밭에는 아직도 꽃이 피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얼어붙어서 인사불성이 된 녀석들도 많았다.

앞으로의 다가오는 겨울은

따뜻한 남쪽 해안가라도 인정사정없이 땅이 얼어붙는 시간이 더 많을것 같은 1월이다.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2월까지는, 텃밭은 자연적으로 발길이 멈춰질 것 같다는, 추운 겨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