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공원길
카카오앱에서 경남 양산의 물금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준대로
무작정 가봤던 낯선 곳의 강변 공원길은 생각보다 훨씬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싸가지고 갔던 도시락을 공원 벤취에서 덜덜 떨면서 먹을 만큼, 매점조차 없었던 추운 겨울날의 강변에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억새가
흐르는 강물과 너무 잘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늘 억새와 갈대를 구분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떤이는 억새를 보고 갈대라고 하고, 또 어떤이는 갈대를 억새라고 하면서 우겨대는 모습이란...
이곳 강변에는 그런 것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억새와 갈대가 한곳에 있었다.
차분한 머릿결을 가진 은발의 모습은 억새였고
바람이 불수록 머리결이 산발한 언년이 같은 모습이 갈대였음을......
한폭의 그림 처럼 예쁜 풍경이다.
화가였던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대물림을 받아서, 취미로 그림을 잘그리는 여동생의 어깨너머로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스켓치를 잘했지만, 정작 물감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이 미련이 남은듯....
예쁜 풍경을 보면 그려보고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보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금정산 산꼭대기 위의 하늘가에 낮달이 떠있었다.
낮에 나온 반달을 사진 찍기위해, 열번 정도 찍었던 사진속에서 딱 한장이 낙찰되었다.
공원길에서 가장 사진 찍기 싫은 것이 조형물이었다.
그런데 워낙 공원길이 쓸쓸해서 그냥 찍어봤더니,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좀 더 일찍 갔었더라면....
멋진 핑크뮬리의 붉은 풍경을 원없이 보았을텐데...
아직 가까이에서 정상적인 핑크뮬리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아쉽다는 생각뿐이었다.
산마루에 걸린 해가 역광을 만들었는지, 핑크뮬리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가까이에서 처음 보는 것이건만, 붉은빛이 많이 사라진것도 아쉬운데
햇볕까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빛이 바랜 핑크뮬리의 아름다웠던, 지나간 시간들을 상상해보니 마냥 아쉽기만 했다.
산책길을 걸으면서 핑크뮬리 색깔이 조금이라도 붉은빛이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자꾸만 사진을 찍었다.
수없이 사진을 찍다보면 한두개정도는 예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나 노후화 된 빛바랜 야생초에서, 젊음을 찾는다는 것은 아쉬운 내 고집일뿐...
그냥....
핑크뮬리 길을 걷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함께 동행한 길동무의 예쁜 뒷모습이다.
옷차림이 지금은 겨울이라는 것을 잘 말해주는듯 했다.
자전거를 빌려서 탔었으면...하는 후회를 할때쯤에는 해가 산마루에 걸렸을때였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자전거를 신나게 달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뒷얘기도 여운으로 남겨놓았다.
억새의 모습이 약간은 이국적이었다.
어느 외국에서 귀화한 식물이 아닐까, 궁금했지만 그냥 사진만 남겼다.
코로나 덕분에 자연스럽게 얼굴을 가려주어서 한컷 찍은 사진도 올려본다.
뒷배경이 멋있어서...
아무도 없는 추운 겨울날의 공원길에서, 예쁘게 꽃을 피워서 분위기를 조성해준 애기동백꽃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보고 싶을 만큼 의 삭막함...
어쩌면 그 삭막함이 좋아서,그것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무리 걸어도 지겹지 않았고, 싸늘한 바람마져 기분전환을 시켜주었던 공원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가고싶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