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주 추운 겨울날에

nami2 2020. 12. 14. 22:05

 어제까지만 해도 포근했던 날씨가 밤새 이상해졌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는 강추위는

 영하1도~영하3도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긴장을 했다.

 하루종일 영하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진짜 추운 날씨였다.

 그동안 몸의 컨디션이 엉망이어서, 텃밭의 배추를 그냥 놔뒀는데 갑자기 불똥이 떨어졌다.

 옷을 잔뜩 껴입고, 밭에 가서 배추 뽑는 작업은 진짜 할짓이 아니었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 앞에서는

 추위도 복병이 된 것 같았다.

 설마 감기 까지 몸속으로 침범 하지 않으리라 믿고, 엉망이 된 배추를 거둬들이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파트 후문 앞의 빨간 단풍이 더 추워보였지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일것이라 생각하니, 지나는 길에 자꾸만 시선이 가길래 사진을 찍어봤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동백나무 잎사귀가 그리 싱싱해 보이지 않는다.

 동상 걸린 모습 처럼 ,꽃도 잎사귀도 추위에 시달린듯 했다.

 

 겨울 추위가 닥쳐왔지만, 장미꽃은 진짜 강인한 것 같다.

 추위쯤은.......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날씨가 추울수록 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남천'열매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 처럼 예뻐 보였다.

 

한여름에 앙증맞게 예쁜 모습의 '계요등' 열매가 다닥다닥이다.

꽃에 비해서 열매는 그리 예쁜색이 아니었지만, 이 겨울에는 모든 것이 귀한것이니까....

 

 빨간 열매가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했던 '배풍등'열매가

 늦은 오후에 사진을 찍어놓고보니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사진 실력이라기 보다는, 늦은 오후의 조명탓을 해야 할 것 같다.

 

 몹시 추운 날씨에 바람 까지 심하게 불었던 날이었다.

 우체국 뜰앞에 매달린 '모과'열매가 위태로워 보였지만 잘견뎌주고 있었다.

 

                      털머위꽃

 

 영하로 내려간 오늘 같은 추운 날씨에 가장 싱싱하게 보였던 것은 '국화'였다.

 추위....!!

 그까짓것이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 당당한 모습이 예뻤다.

 

 지나다니는 골목길 어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싱싱한 모습으로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국화가 참으로 대견스러워 보였다.

 

 돌배나무에 꽃이 피었는줄 알았다.

 봄에는 하얀 배꽃이 피었는데, 초겨울에 예쁜 색깔의 꽃이....?

 가까이 가보니  뒤늦게 단풍이 든 모습이었는데, 진짜 예뻐 보였다.

 앙상한 회색빛 겨울나무에, 붉은 단풍이 만들어 놓은 겨울꽃이었다.

 

 시골동네 입구의 감나무에  붉은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나마 몇개 달려있는 감이 멋스럽기 까지 했다.

 앙상한 나무에 몇개의 감이 대롱대롱....

 

 늦은 오후 5시에  다시 그 감나무 앞을 지나면서  나무위에 앉은 새들을 발견했다.

 직박구리 녀석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해가 넘어간 늦은 오후의 풍경이 멋진 수묵화를 그려놓은 것 같았다.

 

 이튿날 또다시 그 감나무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줌인을 해서 감나무 사진을 찍어봤더니, 새들이 먹다남은 감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겨울이 가기전에  직박구리 새들이 모두 먹어치울 것 같다.

 

 담쟁이 넝쿨이 아직도 푸른빛을 가졌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모진 겨울 추위에 잘 견딜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해안가 갯바위에서 자생하고 있으니까, 겨울 해풍이 잘 봐줄것이라고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날씨가 추울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갸냘픈 나뭇잎의 몸부림은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모든 것들이 사라져가는 추운 겨울날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숙연해지기 까지 한다.

언제쯤 평온한 휴식을 하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