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의 늦가을 분위기
며칠 남지 않은 11월의 끝자락은 또다시 코로나 때문에 기분이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잖아도 독감예방주사를 맞지 않아서 긴장을 하며 살아야할 겨울날인데
어찌 그 길고긴 겨울을 마음까지 움츠린채 살아야 하는지?
한주일 내내 몸이 건강치 못해서 우울한 생각뿐이거늘, 김장이란 큰 과제 까지 부담스럽게 자리매김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곳저곳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면, 이세상에서 나혼자만 아픈 사람인 것처럼
괜한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어 놓는다.
혹시 죽을병인가? 마음은 한없이 약해지고, 의욕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모든 만물들이 모두 쓸쓸해지는 늦가을이니까
그러려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기분이 회복되지 않는다 것이 우울증 초기증세가 되는 것 같다.
앙상한 나무들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숲길을 걸어서 일주문 앞에 도착하니
그래도 통도사 일주문 앞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멋스럽게 다가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쓸쓸하고, 황량하고, 고즈넉하고, 코로나 때문에 위축되고....
우울할만한 내용을 모두 나열할줄 알았는데, 통도사 일주문 주변은 늦가을의 풍경이 예쁘게 살아 있었다.
영축총림"이라는 표지석 주변에 쏟아져내린 낙엽에 그자리에서 멈춰섰다.
한번쯤은 그냥 누워보고 싶다는 생각....
누군가 '나이값'을 하라고 한마디 할 것 같아서 사진으로 대신했다.
하마비" 표지석 주변에도 역시.....
울창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곳에 낙엽이 푹신하게 쌓여있다는 것이 너무 보기좋았다.
신발이 푹푹 빠져들 만큼의 낙엽들속에서 소나무향기와 나뭇잎 향기 그리고
알 수없는 바람의 향기까지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꽃며느리밥풀
겨울 초입의 숲길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며느리밥풀'꽃이 예쁘기만 하다.
서리가 몇번씩이나 내렸을 숲길에서 이렇듯 예쁜 모습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다.
울창한 숲이 있던 개울가는 완전한 겨울풍경이다.
개울물에 떨어진 낙엽을 긁어모으면 한짐이나 될 것 같은, 고즈넉한 풍경도 멋져보였다.
가을정취를 느끼게 하는 일주문 옆의 감나무이다.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각 앞의 감나무가 고풍스럽기 까지 했다.
기왓장 너머로 보여지는 감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멋져보이는 늦가을이다.
통도사 경내에서 10월에는 노란 '금목서'의 향기가 참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11월 중순쯤에는 하얀 '은목서' 향기가 은은하게 늦가을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겨울 추위가 들쑥날쑥인데, 벌들이 윙윙거리며 꽃주변을 날아다녔다.
이것도 남쪽지방의 특혜였던가?
은은한 꽃향기의 은목서가 하얗게 피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떠나가는 늦가을이며, 다가오는 겨울초입이다.
늦가을에 꽃이 피는 은목서 나무가 진짜 멋졌다.
왼쪽으로는 같은 크기의 금목서 나무가 10월 한달 동안 향기를만들어냈다.
종무소 앞의 모과나무에 매달린 모과의 색깔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모과도 울퉁불퉁 하지 않고 예쁜 과일처럼 생겼다.
누가 모과를 보고 못생겼다고 했는지?
으스스 추운날에 향기좋고, 따끈한 모과차 한잔이 생각 날 만큼
가을날의 모과나무는 진짜 멋져보였다.
앙상한 나무들이 숲길을 쓸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숲길이 끝나는 곳에 누군가 심어놓은 '애기동백'나무들이 예쁜꽃을 피워서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하는듯 했다.
산사 깊숙한 곳에 까지도 겨울철에 피는 애기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남쪽지방의 확실한 꽃소식은....
낙엽이 떨어져서 쓸쓸해질 겨를도 없이, 이렇듯 붉은색으로 곱게 꽃이 피어나니까
눈이 빠지게 기다려보아도, 하얀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