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쓸쓸함
푸르름이 가득한 가을은 길고, 만추의 가을은 너무도 짧은 동해남부지방에 산다는 것이
올해 만큼 불만스러웠던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길고긴 여름장마와 요란스럽게 찾아왔던 몇번의 태풍의 후유증 치고는 참 재미없었다는 표현뿐이다.
태풍의 후유증에 심한 몸살을 앓았던 나무잎들은 가을의 중반쯤에 모두 썩은 나무잎이 되어서
도로위를 뒹굴었고, 만추의 계절에는 앙상한 나무에 몇개 남지 않은 나뭇잎들만 애잔한 모습을 보여줬다.
집주변의 가을풍경은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국화꽃이 전부였고
누런들판이 어느 순간 빈들판이 되고보니, 마을버스라도 타지않으면 단풍구경을 할수 없게 되었다.
시간을 맞춰서 절집이 있는 산으로 가봤지만, 자연은 여유롭게 기다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11월 들어서면서 들쑥날쑥의 기온변화는 알게모르게 단풍을 물들게 했고...
정작 단풍 찾아 갔을때는, 단풍은 흔적 간곳 없고, 낙엽이 쌓인 산길은 적막함만 가득했다.
참으로 재미없는 가을 끝자락이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계곡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단풍 보다 예쁜 나무열매를 만날수 있었다.
좀작살나무 열매 였다.
언뜻 이른봄의 진달래꽃 같다는 착각을 했었다.
좀작살나무열매
내 키를 중심으로 아래쪽에는 단풍이 모두떨어지고
위로 올려다봐야만 단풍을 볼수 있는 산 높은 곳의 암자로 가는 길이다.
암자 담장너머로 보여지는 마지막 단풍이 진짜 귀하게 여겨졌다.
올 가을에는 진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단풍이었으니까....
비가 내렸던 다음날에 범어사 산내암자를 돌아다녔다.
단풍을 볼까하고 길을 나섰지만, 단풍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겨우 만날수 있었다.
범어사 금강암에서 산길을 내려오며 밟게 된 은행나무잎이다.
지난해에는 이맘때 금정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서 제법 예쁜 은행나무를 보았는데
올해는 그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대성암 담장 옆의 낙엽이 마음을 스산하게 했다.
조금만 더 일찍 갔더라면....
코로나 눈치 보면서 시간을 내어 찾아갔더니, 산속의 단풍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눈이 시리게 맑고 차거워 보이는 하늘이 뒷받침 해주었기에
그나마 남아 있는 단풍으로 눈요기를 할 수 있었음이 감사했다.
지난주에 다녀왔던 통도사 암자가는 길에서 만난 단풍이다.
다른 나무들 보다는 붉은 단풍나무가 수명이 길은듯....
계곡 이곳저곳에서 만날수 있었던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짜 멋진...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이다.
푹신한 낙엽 융단 위에 다소곳하게 올라앉은 국화꽃이 볼수록 멋져보였다.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혼자였기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누군가 동행을 했었다면, 나무 옆에 서있는 내사진을 한장 남겨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낙엽이 쌓인 길이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해 보이는 것은, 삭막한 겨울로 가는 계절의 끝이기 때문인것 같았다.
다른 해보다는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았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마음속 까지 황량한 탓 때문인지, 낙엽 쌓인 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참으로 착잡했다.
만추의 끝자락은 멋진 단풍보다는, 낙엽이 쌓인 길이 어쩜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함께 걷는 동행이 없었기에, 고즈넉한 암자로 가는길에서 맘껏 고독을 즐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