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침 식사대용 '단호박'

nami2 2020. 8. 10. 22:14

 하루종일 안전문자의 알림소리가 쉼없이 날아들었다.

 5호 태풍 '장미'가 동해남부 이곳을 관통하는 것에 대한 ,긴박한 소식이었다.

 코로나의 재난문자에 이미 염증을 앓고 있는터라, 그까짓 안전문자 하면서 소홀히 하였더니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스피커 폰으로 들려오는 내용 또한 공포감으로 기를 죽이는 멘트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거센 바람으로 인하여 유리창이 깨질염려가 있으니까 창문틈에 테프로 고정을 하고

 이 더위에 베란다 창문도 열지 말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말라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이 창문을 흔드는 기색이 없었고, 폭우도 쏟아지지 않았다.

 아파트 체육공원에서 걷기운동 하기 딱 좋은 시원한 바람과 이슬비 정도의 기후변화는 그냥 어이없게 만들었다.

 상륙 2시간만에 소멸되었다는, 5호 태풍 장미는 소형태풍이었고

 한반도의 끝자락을 스치듯 조용하게 지나갔다는... 뉴스가 전부였으며

 지금은 시끄러운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한밤중인데, 태풍의 영향인듯 바람없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거의 매일 같이 비가 내리면서 몸이 나른해지는 것인지, 아침식사 하는 것을 자꾸만 건너뛰게 되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늘 망설였는데, 제주에서 택배가 왔다.

 제주의 밤단호박이 요즘 제철이라고 해서, 여동생이 밤단호박 산지인 제주에 택배신청을 했다고 한다.

 어른 주먹만한 작은 단호박이지만, 밤처럼 고소하고 약간 단맛이 있어서 먹을만 했다.

  

 아침식사대용으로 간단하면서도 든든하다고 하기에, 동생이 시키는대로 해봤다.

 우선 씨를 파내기 위해서 4조각으로 쪼개놓았다.

 밤단호박은 그냥 껍질째 먹어야 영양면에서 좋다고 하기에 씨만 파내기로 했다. 

 

 평소에 음식에 대해서 편식이 심한 나로서는 단호박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절대로 내손으로는 단호박을 사본적이 없었는데

 여동생이 아침식사대용으로 하라고, 산지인 제주 농장에서 주문신청을 해서 내게 까지 왔으니

 어쩔수없이 먹어야 한다는....사명감!!

 동생이 언니를 위한 배려였으니까, 끽 소리 말고 먹어야 함에 호박을 볼때마다 포만감이 생겨진다.

 

 8조각으로 잘라서 씨를 파내고, 전자렌지에 정확하게 4분을 돌리니까 먹을만하게 쪄졌다.

 사과 반개와 8조각을 낸 단호박  1개, 그리고 여러가지 곡물로 만든 미숫가루가 나의 아침식사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먹기 싫어서 호박을 쳐다보고 한숨을 쉬었지만,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꾸 먹으니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아무리 어른 주먹만한 작은 것이라고 해도 40개의 단호박을 바라보니 가위가 눌리는듯 했다.

 맛있다고 하는 밤도 그렇게 즐겨먹는 과일이 아닌데

 밤맛이 난다는 밤단호박이라고는 하지만, 입도 짧고 편식도 심하고 한숨이 나왔지만

 하루 이틀 자꾸 먹으면서 적응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루는 미숫가루, 또하루는 두유

 밭에서 캔 당근쥬스,그리고 농사지은 토마토쥬스.....등으로 번갈아 가면서 먹으려고 애를썼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우유와 사과 한쪽과 밤단호박을 먹어주면 좋다고 한다는데,

 우유는 절대로 못먹는 식성이기에, 어쩔수 없이 다른 것들과 곁들여 먹어보려고 노력을 해보는데

 언니의 아침식사 까지 챙기는 여동생의 성의를 생각해서 한상자 몽땅 먹으려면 30일 정도는 지나야 한다.

 40개의 단호박 중에서 생각나는 사람에게 선물로 10개 정도는 나갈것이리라 생각해본다.

  

  꼭 시계를 닮은 '시계꽃은' 여름철인 이때 볼수 있는 희한한 꽃이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신기하고 예뻤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 대부분이었던, 올해의 여름은 이러저럭 거의 다지나가고

  어느새 여름 끝자락인듯, 성미 급한 귀뚜라미 녀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비가 그치면 연꽃단지 한번 가보겠다고, 7월 내내 별렀는데...
  이곳의 유일한 연꽃단지가 물폭탄으로 인한 침수로 엉망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연꽃 한번 못보고 그냥 여름을 보내려니 아쉬움이 머리속을 빙빙 돌았는데

  산책을 하면서 어렵게 발견한 '물양귀비'가 수생식물의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