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이 핀 산책길
이제는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는 말이 흔한 말이 된듯 했다.
산책을 나간다해도 집 주변만 뱅뱅 돌아다닐 뿐이라서 무슨꽃이 어느만큼 피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먼곳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능소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렇지만 능소화도 예전에 피던 그런 색깔의 꽃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을 언짢게 했다.
그래도 이 여름에 코로나때문에 갇혀지내는 시간들에서 벗어나 능소화를 만났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클레마티스 꽃의 보라빛이 꽤 예뻐 보였다.
조금 멀리 산책을 나갔다 온 것이 후회스럽지 않은 날이었다.
클레마티스
제법 예쁜 수국을 만났다.
덥기만한 초여름에 접시꽃외에는 꽃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국, 능소화, 백합, 치자꽃...등등 많은 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느집 뜰앞에 커다란 꽃송이의 수국이 제법 예뻐 보였다.
태종대의 태종사에 핀 수국을 보러 가야 할텐데....
올해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 모든 것이 또 코로나 때문이라고 원망을 해본다.
가는 곳마다 눈에 보여지는 꽃은 '수국'이었다.
수국의 꽃색깔은 너무 다양한듯, 새삼 수국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어느 시골동네 뜰 앞에 백합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향기가 없을줄 알았는데, 제법 향기가 있었다.
노랑백합꽃도 예뻤다.
꽃을 좋아한다는 집주인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백합이 좋아서 구근을 사다가 심고, 거름을 주고, 관리를 엄청했는데
속모르는 사람들은 몰래 몰래 백합을 뿌리째 뽑아간다고 속상해 했다.
어린시절에는 고향집 뜰앞이 온통 흰백합꽃이었다.
꽃을 좋아했던 부모님 덕분에 여름날의 집 마당에는 흰백합꽃이 말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음력4월에 떠나가신 어머니가 ,해마다 가꾸어 놓았던 흰백합꽃은
어머니가 떠나셨던 그해 여름에도
주인이 없는 뜰앞을 홀로 지키고 있어서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예전에는 흔했던 흰백합꽃이 정말 귀한꽃이 되었다
온통 비행기 타고 찾아온 외국산 꽃들속에서
살아남는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건만
우리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구경할수 있다는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오늘 참으로 귀한 꽃을 산책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귀한꽃이라기보다는 그리운 꽃이고, 내게 있어서는 늘 애잔한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