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예쁘게 핀 들길에서
긴장을 해야 하고, 조심스러워서 마스크를 해야만, 도심으로 나갈수 있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날이면 날마다 발걸음은 자꾸만 시골길을 향하여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어느집이든지 냉장고를 털어내면 서너달은 넉근히 살 수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듯....
텃밭에서 뜯어낸 야채와 들판에서 뜯은 쑥과 봄나물과 함께
냉장고 털어먹기가 일상이 된 요즘에 누구를 탓할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하루종일 그냥 바빴다.
쑥뜯는 것도 힘이들고, 들판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텃밭에서 농사준비를 하는 것도 더욱 힘들다보니
얼굴이 새까맣게 타던지 말던지 마스크 덕분에 화장도 제대로 안한 얼굴은....
얼굴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몰골이라고 표현하는것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람이 없는 들판에서의 자연인 처럼 사는 것이 요즘에는 더 편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 할뿐이다.
노란 배추꽃이 참으로 예쁜 봄날이다.
미세먼지도 없는 파란하늘이 더욱 예쁜 이 봄날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만 사람 취급을 하는 세상이 답답하기만 하다.
봄동배추가 꽃을 피웠다.
쌈으로도 먹고, 국도 끓여먹고, 겉절이도 해먹으면 맛있는데
텃밭에도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
들판에는 버려지는 채소들이 가득하다.
텃밭이 어느새 묵정밭이 되어가고 있는곳이 많았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농사짓던 주말농장인데
대중교통 이용하는것이 무서워서 들판까지 찾아오는 것도 부담스러웠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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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꽃
밭들이 모두가 풀꽃들로 가득하다.
이 봄에 농사 짓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지긋지긋한 잡풀이 이렇게 꽃을 피우니까 예쁘다는 생각이 앞선다.
논냉이꽃
냉이꽃
봄까치꽃
살갈퀴
털점나도나물
애기똥풀꽃
노란 산수유꽃이 제법 화사한 봄날이다.
그러나 활력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매화가 모두 사라진 들판에는 산수유꽃이 한창이다.
과수나무들이 꽃망울을 보이기 시작했다.
살구꽃, 물앵두꽃이 조만간에 화사하게 꽃이 필 것 같았다.
어느새 목련도 피고 있었다.
4월의 목련화가 아니라 요즘에는 3월초에 목련이 핀다.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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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동백꽃 사진을 찍다보니
다닥다닥 동백꽃이 핀 나무속에서, 동박새가 꿀을 먹느라고 바쁘게 움직거렸다.
다대포 몰운대 숲이나, 해운대 동백숲의 동백꽃도 흐드러지게 피었을텐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답답한 세상속에서
봄날은 이렇게 저렇게 속절없이 가고 있다는 것이 그냥 서글프기만 하다.
그래도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기에,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화이팅'을 외쳐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