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마을의 봄냄새
마땅하게 갈곳이 없다보니 애꿎은 해안길만 걸어다니는 요즘이다.
코로나19 라고 하는 불청객은 도대체 언제쯤 이땅을 떠나게 될런지
면역력이 약해서 독감을 달고 살았던, 몇년전의 겨울철 독감은 봄이 되면서 스스로 물러갔건만
정체도 모르는 신입 바이러스가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을 못했는데...
그러잖아도 나른한 봄철의 무기력함에 방콕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혼자 겪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한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는 세상이 답답하기만 하다.
주변의 이웃들과 만나면 눈인사만 할 수 없으니, 맘놓고 말을 하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인데
텃밭을 새롭게 하다보니 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 힘든 밭일을 하면서 마스크를 쓰려니까 진짜 미칠것 같았다.
밭고랑을 내고, 거름을 해서 밭을 뒤집고, 주변의 잡풀 뜯어내고....
집안에 들어가서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는 것보다는 나을것 같아서 하루종일 밭에서 시간을 보냈다.
매일같이 걷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요즘은 도심으로 나가는것 보다는 해안가로 나가는 것이 편안한 날이 된다.
관광객(외국인)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해안가는 너무 조용했다.
몸쓸놈의 바이러스가 어촌을 너무 조용하게 만드는 것 같다.
뒤늦게 꽃이 피는 해안가 마을의 산비탈에는 매화향이 그득하다.
바라보기 아까울 만큼,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버스를 타고, 동해선 전철을 타야하는 도시사람들이 어촌마을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몸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해안가에서 바쁘게 하는일은 미역 말리는 것이다.
햇미역을 채취해서 말리느라, 해안가 마을의 봄냄새는 온통 미역냄새이다.
미역말리는 냄새와 매화향기가 어우러지는 어촌마을의 냄새는 아리송한 냄새가 어느새 익숙해졌다.
.
언제부터인가 미역귀가 몸에 좋다는 소리가 들려오게되니까
미역귀도 귀하신 몸이 되었다.
.
해안가 마을을 언덕부터 시작해서 동네한바퀴를 했더니 곳곳에 미역말리는 모습들이다.
봄철에는 미역 말리고, 미역이 끝나면 다시마 말리고
다시마가 끝나면, 멸치를 잡아서 멸치를 말리는다.
예전에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장미역, 그리고 기장멸치 덕분에 해안가는 늘 바쁜 일상이 눈에 띈다.
작은 어촌마을이라고 하지만, 세개의 마을이 들어 앉았다.
죽성리, 두호리, 월전리...
그렇지만 해안가를 중심으로 들어앉은 마을에는 온통 미역말리는 풍경이다.
.
가공하지 않은채 이렇게 말려진 미역을 사먹어보면, 훨씬 맛이 있다.
채반에 가즈런히 말리는 미역도 있지만, 이렇게 자연 그대로 말리는 모습도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채취를 해서 말리는데
비소식이 전해지니까 전날에 널어두었던 미역들을 걷느라고 여념이 없는 일손들이다.
해안가 마을은 이런 저런 풍경을 보면서 혼자서라도 지루하지 않게 걸어다닐만 하지만
깃발을 들은 가이드가 인솔하는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해안가는 참으로 고즈넉하기 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