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은 겨울날에
바람 한점없이 날씨가 화창하니까, 어느새 봄이 온듯한 착각에 빠져서 자칫 옷을 잘못 입고 나가면
환절기라는 브레이크에 걸려서 감기 걸리기 딱 좋을 것 같은 날씨였다.
더구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초미세 먼지라는 덫에 걸려서 마음 놓고 활동을 못하는 요즘은 집안에 있는 것이 좋겠지만
세상이 그러거나 말거나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매화 때문에 발걸음은 자꾸만 밖으로 향하게 된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바닷가 촌사람이, 오랫만에 1시간 30분 정도의 지하철을 타고,도심으로 들어갔다.
우선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시끄러운 소음,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부딪힘 ....
거리의 어느곳에서도 화사하게 꽃이 피는 매화는 찾아볼수가 없었고,
도심 사람들은 요즘에 매화가 피는지 조차, 관심 밖의 일인 것 같았다.
바쁜 일상을 가진 도심 사람들에서 느끼는 삶과 대조적인 나의 생활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건강관리가 우선인 나의 삶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해주었던 오랫만의 외출이었다.
산책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면 ,공원 주변을 1시간 정도 돌아야 하는....
걷기운동을 하게끔 만들어 놓은 수변공원에도 매화는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팔손이나무'꽃도 어떨때는 예뻐 보일때가 있다.
자두나무 가지위에 많은 참새들이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착한 참새들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얌전하게 앉아있는 녀석들은 두녀석 밖에 없었다.
경전철 기장역 앞의 어느 집 뒷곁에 매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내 눈에는 흐트러진 이런 풍경도 멋져 보였다.
이집은
5월에는 울타리 가득 분홍장미가 피어 있었고, 가을에는 담장 너머로 빨간 석류가 다닥다닥인데
봄날 같은 겨울날에는 마당 가득 청매화가 달콤한 향기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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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변, 봉대산 산비탈에 있는 소공원이다.
공원입구에서 부터 매화향기가 어찌나 달콤하게 유혹을 하는지
이곳의 봄은 매화가 피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 처럼, 온통 매화타령을 할 만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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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옆의 산비탈로 들어가는 농원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문틈새로 보여지는 풍경은 ,길 따라 ... 깊숙이 들어갈 수록 온통 매화꽃 세상인듯 보였다.
공원 옆으로 ,등산로를 따라서 올라가봤더니 제법 잘 가꿔놓은 매실농원이 있었다.
개짖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거나 말거나, 매실농원 주변을 서성거렸더니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서 나혼자 봄을 맞이한듯....
도심속의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믿지않는 것 같아서
휴대폰 속의 사진으로 확인시켜준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이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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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매화마을로 가는 여행경비가 또 절약될 만큼
올해도 봄날 같은 겨울날에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흠뻑 매화향기에 취해본다.
곳곳에 심겨진 매실나무 덕분에, 일찍 느껴본 나의 봄날은...
벚꽃이 필때까지 한달 남짓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