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산골동네를 한바퀴....

nami2 2019. 12. 17. 23:42

         비소식이 있다고 해서, 궂은 날이 될것이라는  핑계로 하루종일 게으름을 피우다가

         오후쯤에 집 밖으로 나가보니,온다고 하는 비는 내리지않고,날씨는 봄날이었다.

         겨울이기에 겨울옷을 입는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날씨 탓에 옷을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것도  남쪽지방에서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았다.

         겨울철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밖으로 나가는 것은 운동하러 나가는 일뿐인데...

         겨울옷을 입고, 2시간 정도 걷기운동을 하게 되면,등 줄기에서 땀방울이 맺히는  정도가 아니라

         옷을 벗어던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요즘 이곳의 날씨이다.

         봄이 가까워지는, 남쪽지방에 한낮의 겨울날씨가 17~18도가 되면 꽃망울이 생기는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이번 겨울에도 지난해 처럼 1월초에 매화꽃을 볼 것 같은 예감이다.

                꽃이 피는 4월에 다녀온뒤, 가을에 다녀올 것이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은

                어찌하다보니 가을이 훨씬 지난 초겨울에 다녀오게 되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인데, 가끔은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지는 곳이, 이곳 산골동네이다.

                어린시절의 향수....가슴 한켠에 남겨진, 외갓집 동네 같은 곳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길에 놓여진 의자에서

                  저물어 가는 저녁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지만, 따끈한 차 한잔이 생각났다.

                    지나간 4월에는 돌담위에  보라빛 으름덩굴꽃이  올망졸망 피어 있었는데

                    지금은 헝클어진 넝쿨만 ,봄을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산 위로 올라가는 이 길에는, 지난 4월에는 앵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었는데

                  겨울이 되니까 동백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음을 메모하게 되었다.

                    미나리 밭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 미나리꽝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감 있을 것 같다.

                    지금도 '미나리꽝'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나

                    예전에는  이런 곳을 미나리 꽝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 물속에서 미나리를 채취하는 모습이 .....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나무의 감이라는 것이 정겹다.

                  그 예쁜 마음씨에 까치 대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감나무에서 열심히 감을 먹고있는 새들이 몇마리인가?

                    숨은 그림 찾기....

                 돌담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이 가을의 마지막 단풍인 노란 은행잎이 너무 예뻐 보였다.

                    이 감나무에는 까치밥이 단 한개도 없다.

                    알뜰하신 감나무 주인님께서 어쩜 그리 싹쓸이를 하셨는지

                    쓸쓸하고 적막한 산골마을의 풍경이다.

                    마음이 쓸쓸했던 탓인지

                    이런 길을 걷는 것도 좋고, 이런 동네를 찾아가는 것은, 늘 내 발길에게 맡기게 된다. 

                                      논둑길에 봄꽃인 '광대나물'꽃이 피었다.

                                      곧 '봄까치꽃'도 피어날 것 같다.

                  산골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데 40분이 걸렸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적막한 산골동네이지만  이골목 저골목을 기웃거리며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 마을의 뒷쪽은 온통 산이고, 마을 앞은 들길이다.

                  예전 어린시절의 외갓집은 산토끼하고 발맞춰서 사는 곳이라고 하는 완전한 두메산골이었는데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이, 그나마 약간은 비슷해서 가끔은 찾아가서 옛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를 비롯한 옛사람들은 모두 저쪽세상 어딘가로 떠나고 없지만 

                  외갓집이라는 것은 어머니와 함께 ,늘 사무치게 그리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