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
갈곳이 정해져 있지 않는 겨울철 걷기운동의 행선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겨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럭저럭 하루를 지내고 나면, 내일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목적없는 행보가 늘 부담이 되는듯 했다.
해안가도 걸어보았고, 산으로 가는 숲길도 걸어보았으며, 암자에도 올라갔지만...
우선 춥다는 이유로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몸과마음을 편하지 않게 한다.
그래도 매일같이 먹어대는 5~6개의 병원 처방약들을 바라보면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어서
또다시 무작정 길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춥던지 말던지 길위에서 서성거려야 할 시간은 2시간이다.
추운 겨울에 2시간을 헤매고 다닌다는 것은 보통 힘든것이 아니지만, 아무튼 오늘도 씩씩하게, 발걸음은 가볍게였다.
걷기 운동을 하기위해서 자주 찾는 수변공원이다.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이 제법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냈다.
시골동네를 한바퀴 하려면 이곳도 지나쳐야 한다.
동네 길에는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었다.
12월이 중순으로 접어드는데, 이곳은 아직도 가을이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진짜로 보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
국화꽃들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려고 했더니 개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국화꽃이 있는 오른쪽 ,철책 담장 너머에 개한마리가 목이 쉴 만큼 짖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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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타났는지 국화꽃 너머로 또 한마리의 개가 으르렁 거렸다.
꽃 구경도 못한채, 개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자리를 떠났다.
치자열매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치자열매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5월에 하얀 치자꽃이 피던 자리에 이렇게 예쁜 열매가 달려있을줄이야 미처 생각 못했다.
애기동백꽃이 제법 화사하게 피고 있다.
일광산 테마임도길을 걷기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숲속에서 만난 공원길은 겨울이라서 그런지 그냥 쓸쓸해보였다.
철쭉
붉은 찔레꽃
숲길에서 붉은 찔레꽃을 만났다.
붉은 찔레꽃은 5월에도 귀한 꽃인데, 어쩌다가 계절을 모르는 바보꽃이 되었는지
이곳의 오늘 낮 기온은 18도 였다.
계절을 모른다고 꽃을 탓할 것이 아니라, 겨울을 잊게 만드는 이곳의 날씨를 탓해야 할 것 같다.
추운줄 알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갔다가, 숲길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봄날씨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자연 때문에 꽃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