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하산 하는 길에서
산으로 가기 전에는 어느곳에서 어디까지라고 목적지를 정해놓고 걷기 시작을 하는데
막상 산에서 걷다보면 이쪽 봉우리도 가보고 싶고, 저쪽 봉우리도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되나보다.
이번 산행은 금정산성 동문에서 시작하여, 원효봉을 지나서 원효암으로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계획이 어긋났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던 하루였기에, 애꿎은 발바닥만 곤혹을 치른듯 했다.
산행을 했던 세사람의 의견이 맞지 않다보니, 이번에도 25km 정도를 걸었던 것 같았다.
조금은 쓸쓸해도 혼자서 산행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그냥 누군가에 묻고 싶어진다.
원효봉에서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금정산성 성곽 길이 멋스럽게 보였다.
그런데 성곽길을 걷지않고, 그 옆쪽의 소나무 숲길로 걸어 왔다.
이유인즉..사공이 많다보니 배가 산으로 갔었기 때문이다.
원효봉에서 원효암으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또 의견이 맞지 않아서 금정산성 '북문'까지 갔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이다.
그러나...
성곽 길이 끝이나는 지점에서 옆길로 빠져서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찾아서 헤매고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내가 고집을 피웠다.
고당봉은 절대로 올라가지 않을테니 두사람이 다녀오라고 했다.
고당봉을 올라갔다가, 장군봉으로 해서, 계명봉으로 내려가자는 어의 없는 발언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고당봉을 올라가지 않은채
고당봉 밑의 성곽길이 끝나는 숲길을 헤매다가 길을 찾아서 내려오게 되었다.
고당봉에서 내원암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었다.
동문에서 원효봉을 지나서 북문을 거쳐 범어사로 내려가는 길보다는
이 길이 훨씬 걸을만했다.
왜 그동안 이쪽 길로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것은, 늘 혼자서 금정산 산행을 했기 때문에
정해진 길 외에는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던 것 같았다.
산 정상 부근은 추운 겨울이었고
중턱은 낙엽만 수북하더니, 산 아래는 단풍이 시작된듯 했다.
11월 말쯤,금정산 단풍은 산아래에서 만났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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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정상에서 부터 중턱까지는 억새도 모두 사라졌는데
산아래에서는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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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계명암으로 가는 길 입구이다.
마음 같아서는 계명암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싶었지만, 또다시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갈까봐, 혼자 산행때 다녀오기로 했다.
범어사 입구에서 바라본, 금정산 원효봉 부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만난 승객이 아카시아꽃을 한아름 들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것을 발견했는데
혼자보기 아까워서 꺾어 왔다고 했다.
겨울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다는 것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향기를 확인해보니, 아카시아 향기가 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