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햇살 좋은 가을날에

nami2 2019. 9. 26. 23:12

          태풍이 휩쓸고 간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서 눈에 띌 수 있었고,

          여름날 처럼 햇빛이 폭염이 아니라서인지, 물폭탄을 뒤집어쓴 텃밭은 아직도 질척이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에 또 비소식이 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내렸던 비는 가을에도 여전 한 것 같다. 

          어쩌다 햇살 좋은 가을날에는 시간에 쫒기듯이 바쁘게 이것저것 말리는 일에 전념하게 되었다.

          주택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창문 바깥으로 돌출된 작은 선반을 통해서 채반에 말리는 것이 재미도 있었다.  

                     어렵사리 따온 호박을  냉장고 야채박스에서 대기 시켜 놓으려니까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 내내 호박을 먹었으니까  가을에는 햇볕에 말려서 호박고지를 만들고 싶었다.

                      정월 대보름에 먹을 수 있는, 말린 호박나물을.... 직접 말려보고 싶었다.

                 여주는 생여주보다 말린후 볶아서 차를 끓여 먹는 것이 먹기 좋다고 하여서  지난해는 제법 말렸는데

                 올 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수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냥 비내리는 날도 많았는데, 잦은 태풍이 전해주는 물폭탄에 여주도 겨우 몇개씩 따는 정도이다.

                 정월대보름날에 묵은나물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나물이  말린호박나물이다.

                 그동안에는 가끔씩 사찰입구에서 판매하는 호박고지를 구매 했었는데

                 올해는 직접 호박을 말려보고 싶었다.

                 대체적으로 주말이 가까워오는 목요일 부터  비가 내렸지만, 평일날 월 화 수요일에는 날씨가 화창했다.

                   가지를 한꺼번에 17개를 땄다.

                   제법 쭉쭉 뻗은 가지를 딸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것도 하늘이 시샘을 한듯...

                   이번 태풍에 가지 말리는 것도 이것으로 끝이나는듯 했다.                         

                        그동안 아주까리 잎을 말렸고, 가지를 말렸고, 여주를 말렸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이렇게 보관하는 것이 괜찮을런지, 약간은 불안했지만

                        냉동실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보관해보기로 했다.

                      이번에 말린 가지를 더 넣었더니, 양파망 가득 되었다.

                      지금 부터 겨울 까지 제발 곰팡이가 피지 않기를....

                      미쳐서 날뛰던 태풍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이쁘게 올라가던 오이넝쿨은 쑥대밭이 되었고, 올해의 마지막 오이가 된 것 같았다. 

               쭉쭉 잘 뻗어가던 호박넝쿨이 쓰레기더미 처럼 엉망이 되었다.

               호박넝쿨을 걷다보니 난데없는 보물이 손에 잡혔다.

               호박넝쿨이 잘 뻗어갔다면, 11월쯤에는 누런 맷돌호박을 딸 수 있었는데,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예쁘고 윤기가 나는 호박을 바라보니 먹음직스러웠지만 

               호박 또한 올해의 마지막으로 수확한 것이니까 오래도록 냉장고 야채박스속에 넣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