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꽃이 있는 산책길
6월의 날씨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그래서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 덕택에, 하루에 만보 걷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초여름이다.
언제 더워질것인지, 예측 불가능했지만, 걷기좋은 20도의 한낮 날씨는 동해남부 해안가의 특혜인것 같아서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이곳저곳으로 제법 돌아다녀 보았다.
아직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필요없는 날씨는
몇날 며칠동안 해무가 잔뜩 끼인 희뿌연 바다가 어떻게 미쳐서 날뛸지는 모르지만
바다 덕분에 이상기후가 된것은 아닌지, 조심조심 바다의 눈치를 보면서 시원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낯선 동네로 무작정 걸어갔더니. 뜻하지 않은 꽃길을 만났다.
접시꽃은 무더기로 꽃이 피어야 예쁜 것인지, 혼자보기 아까워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
.
.
아파트가 있는 도심의 골목길에 핀 붉은색 접시꽃보다는
시골동네 어귀에 핀 하얀색 접시꽃이 훨씬 예쁘다는 것은
누구나 사진을 보면서 느껴질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당아욱
당아욱은 바닷가에 자라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아욱과의 식물로 경상북도(을릉도),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귀화식물이다.
일월비비추
무늬비비추꽃
참비비추
큰까치수염
장구채
꿀풀
방풍
술패랭이
.
치자꽃
어느집이 온통 하얀 치자꽃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렇게 많은 치자꽃속에 들어 있는 집을 처음 보았다.
치자향기를 좋아 하는 사람은 주변에 서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달콤한 바닐라향이라고 할까
문득....
'치자꽃 설화'라는 박규리님의 시가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에 뒹굴다 끊어질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옅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