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날, 길위에 핀 국화꽃
텃밭에 상추를 뜯으러 갔더니 어찌나 많은 이슬이 내려앉았는지, 상추 한소쿠리 뜯으면서
찬 이슬에 감기 들 것 같은 한기를 느꼈다.
어느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내리던 이슬이 된서리로 바뀌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해봤다.
아직은 서리내릴 때는 아니라고 하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벌써 늦가을이라는 계절앞에서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나을성 싶다.
텃밭 주변에 시골 어르신들이 가꾸는 국화가 곳곳마다 제법 예쁘게 꽃이 피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산책삼아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다가보면
마당, 길가, 텃밭, 골목길, 시골동네 이곳저곳에서 짙은 국화향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 모두가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작품이다.
돈을 받기위해 계산적으로 키우는 꽃집의 꽃이 아니라 , 있는 그대로 꽃이 필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느 곳에라도 꽃을 심어놓고 흐뭇해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된서리 내리면 모두가 시들어버릴 국화꽃이 아까워서 보이는대로 무조건 사진을 찍어 보았다.
80세를 바라보는 어르신이 텃밭을 구입하고, 우리 아파트로 이사를 오셨다.
깔끔하게 채소를 키우는 텃밭 입구에 국화를 심었는데, 어찌나 정성을 드렸는지
한낮에는 국화 향기가 더 짙은 것 같았다.
시골동네 어느집은 텃밭 밖으로 국화를 심어놨는데, 그 주변 전체가 국화향기 였다.
꽃집에서 키우는 국화꽃에서는 코를 가까히 해야만 향기를 맡을 수 있었건만....
이렇게 들판이나 마당가에서 키우는 국화는 향기도 대단했다.
산 비탈에 핀 '산국'
등산로 주변 텃밭가에 핀 국화
85세가 훨씬 넘게 보이는 ,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텃밭가에 심어 놓은 국화꽃이다.
지나가다가 꽃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 하셨다.
텃밭 옆에는 할아버지 무덤이 있는듯....
무덤가에 어찌나 많은 국화꽃이 피어 있던지, 감탄을 했다.
텃밭 채소보다 더 잘 가꾸어 놓은 국화꽃이 정말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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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무덤 바로 앞에는 노란국화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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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동네 마당 한켠에 핀 국화꽃
아린시절 고향마을을 생각나게 하는 풍경들이다.
돌담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핀 국화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는데
송아지만한 개가 무섭게 짖어대서 대충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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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는 개집 옆에 국화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개가 묶여 있어서
짖거나 말거나 사진을 찍었더니 개가 발광을 하는 것 같았다.
이집 역시 울타리 옆에 개집이 있었는데, 개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대충 사진을 찍었더니....
마당 넓은집의 마당가에 아무렇게나 핀 국화꽃이었다.
사람은 살고 있는데, 정리가 안된 마당에는 국화꽃이 가득했다.
국화가 뿌리를 번식해서 제멋대로 자란 것 처럼 보여져서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너무 연로하셔서 마당에 꽃 관리 까지는 할 수가 없는 듯 보였다.
거의 매일 같이 이 시골동네를 운동삼아 몇바퀴씩 돌아다닌다
우리 아파트 사람들의 산책코스가 들길을 지나서, 이 곳 시골동네 골목길을 몇바퀴 도는 것이라서
어느집 담 너머에, 마당가에, 텃밭에 계절마다 무슨 꽃이 피는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