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는 늦가을에 핀 꽃
초하루라고 해서 절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본의 아니게 하루종일 문 밖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렸다.
가을 가뭄 때문에 주변의 텃밭지기들은 김장 채소들을 걱정하면서 비 소식이 있다는 것에도 시큰둥 할정도로
비가 내린다는 것에 확신을 갖지않았는데, 뜻밖에 많은 비가 내렸다.
병아리 눈물 만큼 내리지 않을까, 기대도 하지 않았건만
오히려 어제 상추 씨를 뿌려 놓은 것이 빗물에 씻겨내려가지 않았을까, 괜한 걱정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일은 언제 비가왔냐는 식으로 전형적인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보여질 것 같은 예감이다.
엊그제 늦은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사과꽃'이다.
온갖 봄꽃들이 피고, 텃밭에는 뜯어 먹어도 될 만큼의 냉이가 자라고 있었지만
이렇게 예쁘게 사과꽃이 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밝은 낮에 사과꽃을 만났더라면, 더 예쁘게 찍었을텐데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에 찍은 것이라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에 핀 사과꽃이 비정상인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반가웠다.
늦가을이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구기자' 열매가 싱그럽다.
동해남부 해안가의 해풍 덕택인지?
단풍이 물들기를 기다리고, 낙엽이 지는 만추의 풍경을 기다리는 것이 죄스러울 만큼
싱그러운 열매와 꽃이 예쁘기만 하다.
구기자꽃
댕댕이 덩굴 열매
열매는 늦가을이지만, 푸른 잎은 아직도 초가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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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쯤에 눈에 띄었던 모습인데 아직도.....세월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산수유 열매는 빨간 꽃처럼 아름답지만, 푸른 잎은 가을을 잊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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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되어서 잎을 떨궈내야 하는 11월에 열매만 익었을뿐, 이들이 사는 세상은 특별한 것 같다.
노란 국화, '소국'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끝도없이 날아가는듯 , 온통 국화향기다.
꽃집에서 키워지는 화분속의 국화가 아니고, 어느집 담 모퉁이에 피어 있는 국화꽃의 향기가 좋았다.
꿀벌들이 쉼없이 날아든다.
소국을 좋아 하는 것도 유전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작은 꽃봉오리의 국화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이제는 아스라하게 멀어져가는 기억 저편에 계신 부모님 모습인데
소국을 무척 좋아 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애닯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을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