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텃밭에 핀 작은 풀꽃들
10월 첫날, 하늘은 푸르렀고 날씨는 맑았으며, 바람은 그런대로 봐줄만한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오전 6시쯤에 텃밭에 나간다는 것은 지나간 먼 과거이야기가 되어버린듯....
시간을 뒤로 미루고, 또 미루고 최대한으로 미루다보니 오전 10시쯤에 밭에 나가야 하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큰맘 먹고 밭에가서 일을 하려고 부지런을 떨면, 꼭 비가 내리던 9월에는
배추모종을 했고, 가을무우 씨를 뿌려서 싹을 돋게 했고, 쪽파를 심고, 상추 심고, 아욱을 심었지만
일본에 태풍 소식이 오면, 무조건 동해남부 해안가에 비가 내려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듯...
텃밭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일손을 놓게 했다.
땅이 질척거려서 들어가지 못하는 밭, 비가 내려서 갈 수 없는 밭, 저녁에는 모기가 많아서 못들어가고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 텃밭에는 이슬이 흠뻑 내려서 들어가지 못하는....
이렇게 저렇게 밭을 방치하다보니, 풀이 무성해지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부지런을 떨어서 뽑아 버렸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꽃들인데....바라보면 너무 예뻤다.
잡초꽃, 풀꽃 , 고상하게 말하면 야생화라고 부르게 되는 작은 풀꽃들이 텃밭 주변을 예쁘게 만들어 놓았다.
배초향
콩꽃
잎사귀가 강낭콩 같았지만, 확실하게 몰라서 '콩꽃'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다.
텃밭의 골치덩이 였는데, 꽃이 피니까 예뻤다. ' 괭이밥'
주름잎
쑥부쟁이
봄 부터 여름 까지 계속해서 나물을 뜯어먹고 나니까 꽃이 피기 시작했다.
수세미
부지깽이 나물
왕고들빼기
잎을 뜯어다가 쌈으로 먹던 왕고들빼기는,너무 비가 많이 내리니까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수까치깨
여뀌
도둑놈의 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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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아파트를 비롯하여 텃밭 주변 까지 온통 금목서 향기가 가득했다.
은목서는 이제 피기 시작하는데, 향기는 금목서가 더 짙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금목서 향기가 사그러질때 쯤이면, 가을이 더 깊어가고, 스산한 바람이 제법 불고
거리에는 낙엽이 뒹굴기 시작한다.
올 가을에는 더욱 심하게 가을을 탈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