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열흘째 알레르기 비염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지더니 시간이 갈수록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가을철 환절기가 되면서 생겨지는 알레르기 비염은 나이가 들어감에 생겨난 골치덩이였다.
입술이 부르트면서 컨디션이 엉망이더니 심한 감기몸살 까지 겹쳐졌다.
낮에는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많으니까 참을 수 있었는데, 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콧물과 코막힘이 반복적이니까 도저히 누워서는 잠을 잘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 되었다.
콧물 때문에 밤새도록 휴지통에서 나오는 휴지들은 침대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어떤날에는 코막힘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보니, 몸살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30대 초반 부터 생겼던 봄철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살아온날의 절반 정도는 지옥 같은 봄날이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 차츰 차츰 알레르기비염이 가을철로 자리 이동을 하였다.
나이가 많아지면 면역이 생겨서 없어질줄 알았던 비염은 아무래도 평생 쫒아다닐 것 같은 예감이다.
정말 짖궂은 날씨라고 할 정도로 이곳의 날씨는 맑은날이 없으면서 이틀에 한번 정도 꼭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도 전혀 맞지않는 날씨라서, 올 가을에 내게 찾아온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더 심한 것 같았다.
며칠째 잠을 못자고 버티다가 오늘은 하루종일 죽은듯이 잠을 잤다.
실신한 것인지, 아니면 맥을 놓아버린 것인지
밖의 날씨가 우중충, 비가 내린다고 생각되니까 정신줄을 놓아 버린듯....
하루종일 식은땀을 흘리며 혼미한 상태로 계속 잠을 잔 것 같았다.
누가 옆에서 잠을 깨워주는 사람도 없고, 밥먹으라고 성화대는 사람도 없고....
고독사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 계속해서 비몽사몽으로 마음은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일어나질 않았다.
그렇게 오후 5시까지 잠을 잤다.
무언가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할지 막막했다.
요즘은 걸핏하면 누룽지를 끓여 먹는다
컵라면 처럼 나오는 누룽지는 우리집 아저씨가 병원에 있을때 부터 먹어왔던 환자와 보호자가 먹었던 간편식이다.
병원에서는 물을 붓고 ,레인지에 3분 정도 돌려서 먹으면 구수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집에서 누룽지를 곧잘 끓여먹는다.
갑자기 김치전이 생각났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채, 죽은듯이 잠만 잤던 사람이 고작 생각해낸 것이 김치전이었다.
죽지않고 살려면은 무엇이든지 먹어야 한다는 것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생각해낸 것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먹어야하고, 운동해야 하고, 정신줄 놓지 말고....
우리아저씨 먼길 떠나보내고 생각해낸, 나의 서글픈 생각들을 꼭 지키고 싶어서
비내리는 늦은 오후에, 들길을 1시간 30분 정도 걷고 들어와서 김치전을 부쳤다.
처음에는 2장만 부쳐서 먹으려고 했는데, 반죽을 하다보니 10장 정도의 많은 양이 되었다.
혼밥, 혼술 !!
요즘에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들이라고 생각 했는데
어느날 부터 나역시 혼밥에 동참하게 되었다.
혼자먹는 밥이 어느새 5개월이 되었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입맛을 잃어 버렸고,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리다보니 몸살을 앓게 되었고....
결국에는 혼자 끙끙 하루종일 앓다가 일어나서 김치전을 부쳤다는 것이 우습다.
이렇게라도 꼭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 같다.
반죽 해놓은 것을 몽땅 전으로 만들어 놓고, 끼니 때마다 식사대용으로 할것은 뻔한 일이고
오늘 저녁 식사도 결국에는 캔맥주 1개와 김치전 2장으로 끝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