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먼곳으로 여행 떠난사람의 흔적

nami2 2018. 5. 10. 00:21

           집 근처  논에서 개구리소리가 요란하다.

           며칠동안 쉼없이 비가 내리더니  개구리들이  살판난듯, 한밤중의 적막함에 훼방을 놓는 것 같았다.

           혼밥을 먹기 시작한지 어느새 19일째

           혼자 먹는 밥이 그렇게 맛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약간 짐작은 해봤지만, 모래알 씹는 것 같은 맛!!

           그것을 앞으로도 계속 먹어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러웠지만, 살기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 더 지겨웠다.

           

           헝클어진 머리속도 정리되지 않았고, 불안전한 마음속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서류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머리속을 헤집으며 괴롭혔다.

           하나 둘....정리하고, 또 정리했건만,  이번에는 서류상으로 흔적 지우기를 해야만 했다.

           참으로 허무했다.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모든 것들에 대한 흔적 지우기를 단시일내에 해야 한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미룰수만 있다면 일년이라도 미루고 싶지만,

           흔적지우기를 빠른시일내에 하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계획적으로 국민연금을 받기위해서 신고를  미뤘다고, 오히려 범법자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오늘 사망신고를 했다.

           

            신고서를 작성해서 담당자에게 건네주고, 5분 정도 지난뒤, 처리되었다는 말과 함께

            내게는 정말 소중했던 이땅의 어느 한사람의 이름이 서류상으로 흔적없이 사라졌다는 것이 씁쓸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휴대폰, 자동차등록증, 금융기관, 부동산  등등 , 모두를 처리해야 되는 과정에서 

            아주 먼곳으로 떠났다는  말을 덧붙여야 하는 것도 할 짓이 아닐 것 같다.

           

            영락공원에서 화장을 하기위해 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비통함으로 지켜보며

            1시간 40분 동안 습골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것이 분쇄되어, 유골함을 가슴에 안았을때, 처절하고  참담했던 심정과

            사망신고 하고  돌아서서 주민센타를 나올때의  착잡해진 마음속을 색깔로 표현 하면  같은 색깔이었다. 

            

          

           겁이 많아서 해가 지고 어둠이 오면, 밖에도 못나가는 겁쟁이를 이세상에 혼자 남겨놓은채

           훌쩍 제멋대로 먼 여행을 떠난 사람을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어  억지로 잠을 청해서 잠을 자건만,

           야속한 사람은 꿈결에라도 다녀갈법한데, 찾아오지 않는다.

           어디 만큼  갔는가는 모르지만, 바람결에 몸을  싣고, 잠시잠깐 다녀가도 될텐데

           벌써 부터 그리움이 자꾸만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