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산책로에 핀 겨울 꽃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또 한 해의 끝자락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세월의 흐름인데 막을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것이니까, 보내고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몰라도 내게 있어서 올해는 참으로 골이 지끈거리는 해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맞았고, 절망도 해보았으며, 도저히 헤쳐나올수 없는 상황에서는 주저앉기도 수차례...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깜깜절벽에서 길을 찾고 싶어도,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을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주변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는 무지막지한 힘이 되어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였다.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겨울 정원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강인함 처럼...
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험난하고 외롭고 가슴 아픈 시간들이 많았던 한해였지만
희망이란 패를 내놓고 ,시련을 극복하는 막중한 한해를 새롭게 맞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본다.
암센타 정원에는 추운 겨울에도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꽃이 계속 핀다.
시든 꽃보다 새롭게 피는 꽃이 희망적이라는데....
추위에 꽁꽁 얼었다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또 꽃이 피기시작했다.
겨울에 꽃이 피는 비파나무꽃도 얼었다가 얼음이 녹으니까 또다시 꽃을 볼 수 있었다.
정원에 피는 꽃들은 모두 명자꽃들이다.
새롭게 꽃을 피우는 모습이 앙증맞다.
이른봄에 땅위를 뚫고 나오는 노란 복수초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추위에 얼었던 쑥부쟁이가 다시 피기 시작했다.
참으로 강인한 녀석이다.
추위에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쑥부쟁이는 집을 잃은 거리의 천사처럼 보인다.
정원에는 이미 단풍도 없고, 낙엽도 흔적이 없어서 삭막한데
정원 한켠에 있는 단풍나무는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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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기 때문에 소나무 나무 밑에도 추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춥거나 말거나 보호자의 심정은 모두 같은 심정...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