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여름 야생화
무더운 여름날 암자로 가는 산길은 달려드는 모기떼 때문에 고행을 자청하는 순례길인 것 같았다.
불심이 깊어서 무더운 여름날에 암자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고
계곡이 있는 곳의 암자에, 피서를 핑계대고 간 것을 알고,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렸는지도 모른다.
시야를 가로막는 모기떼를 피하여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니, 달콤한 꽃향기가 발길을 재촉했다.
죽기살기로 넝쿨이 번져가는 칡나무에 핀 칡꽃의 달콤함은 무더운 여름 한철에만 느낄수 있는 꽃향기 였다.
칡꽃과 칡꽃의 향기는 암자를 찾아가느라 지루한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의 선물이었다.
더구나 가뭄 까지 겹친 폭염에도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칡꽃
무더위가 심해질수록 산길에는 풀들이 무성했고, 특히 칡넝쿨은 도로를 점령하기도 했지만
칡넝쿨 사이로 보이는 꽃들은 달콤한 향기 까지 있어서 미워할 수 없는 꽃이다.
큰도둑놈의 갈고리
.
큰도둑놈의 갈고리'라는 꽃이 그렇게 많이 피어 있는 산길은 처음 보았다.
거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예쁜 꽃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은 꽃이 지고 나서 옷에 달라붙는 가시 때문이라고 한다.
개모시풀꽃
짚신나물
미꾸리낚시
며느리 밑씻개'라는 야생화와 비슷하게 생긴 '미꾸리 낚시'는 잎으로 구분을 했다.
쥐꼬리망초
등골나물
가죽나무꽃
정말 무더워서 돌아버릴 것 같았던 여름날에 계곡을 찾아갔더니,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다.
그냥, 나무 숲으로 보여지는 폭포의 물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바위틈새로 들어가서 여름이 끝날때 까지 머물다가 나왔으면 할 정도로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새 악몽 같았던 여름이 사라져가고 있는 조짐은.....
밤의 기온이 18도로 내려가서 창문을 닫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다가 또다시 초가을이 변덕을 부려서 여름날씨 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괜한 걱정을 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