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술을 하루 앞둔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nami2 2016. 4. 21. 01:18

            삶이 가져다주는 절망속에서도  옆에서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되고, 혼돈의 시간 속에서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고요함이 되었으면 합니다.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서문중에서   .....

           

            스마트폰, 카카오 스토리에 메모를 하듯,  써놓은 동생의 글을 보면서 그냥 마음이 짠해졌다.

            이미 기억 저쪽으로  가신 어머니에게  애절하게 부탁을 하고 있는, 전화속의 여동생의 목소리 때문에

            밤이 깊어갈수록 잠은 십리 만큼 도망 가고 있었다.

            소쩍새 녀석은 오늘따라 왜그렇게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인지?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평생을 바쁘게만 살아온 여동생이다.

            교감선생님이라는 칭호가 뿌듯해서 바쁘게 사는 것도 제 팔자라고 생각하며 일년에 딱 두번 정도

            얼굴을 볼까말까 하고 살았는데, 여동생이  뇌종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세상에 혈육이라고는 여동생 하나뿐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를 췌장암으로 보내고 겨우 마음을 추스리는가 했더니, 동생 소식이 전해졌다.

            사는 것이 왜 이리도 버거운 것인지

            나혼자만 겪는 힘겨운 고통인 것 같아서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걷고, 생각하고, 또 걷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무조건 거리를 배회하듯 길을 걸었다.

            어머니가 기억 저편으로 떠나가신 슬픈 4월이  이제는 혼란의 4월이 된듯 했다.

            그냥  머리속 한귀퉁이에 무엇이 한개 빠져나간 사람 처럼, 꽃이 피는 4월에 죽기살기로  길을 걸어 다녔다.

            혼자서 끙끙 앓는 고통의 신음소리를  마음속에서 잠을 재워야 하기 때문에....

            한달 동안 그렇게 보냈다.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날짜를 잡은 것이  한달 후였다.

            3월초에 진단을 받고, 날짜를 잡은 것이 4월 중순......

            이제 수술을 하루 앞둔 동생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지, 말을 안해도 알 것 같았다.

            너무 많이 아파해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

            동생이 겪는 고통이  생살을 찢어내는 나의 고통 같아서 그냥 멍청이 처럼 한달을 보냈다.

            왜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인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날짜 잡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라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날짜를 앞당겨 보려고 했지만, 결국 한달을 꼬박 기다려야 했다. 

         

        

            비가 오던지 말던지 한달 동안 이곳 저곳으로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께 기도였다. 

            기암절벽 위에 제비집 처럼 매달린,충북 영동 반야사  문수전은 까마득한 절벽 끝에 있었다.

            다리가 후들 후들   산을 오르며  뒤를 돌아보면,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했지만, 영험 기도도량이라는 것

            그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무서움도 잊고, 곡예를 하듯 외줄 타는 심정으로 산을 올라가서

            그냥 간절함을 기도했었다.

            한달 동안 아홉개의 사찰을 다녔다.

 

            내일 입원하고, 모레  수술을 받는 동생은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없는 어머니를 자꾸 들먹였다.

            나이가 먹었어도 막내이니까  절망 앞에서 어머니가 간절하게 보고싶었나보다.

            6시간 정도의 큰수술.....

            어머니 대신 수술실 앞에서  동생의 수술이 잘 끝나길 기도하며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동생이 없는 이 세상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병약한  이 언니 보다는  훨씬 오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청천벽력 소리를 듣고, 한달을  잘 버틴채  수술실로 들어갈 동생을 위해 오늘밤도 절실함으로

            부처님께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