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예쁘게 익어가는 산책길에서
점점 깊은 가을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뭄과 태풍 그리고 폭우로 시련을 겪은 텃밭을 다시 손질하여
김장무우, 김장배추, 당근, 쪽파를 심어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가 했더니
엊그제 이틀동안 내렸던 비가 다시금 텃밭을 망쳐 놓았다.
하늘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인지....
그냥 모든 것을 팽개치고 싶은 심정이지만, 또다시 호미를 들고 텃밭을 손질하면서
한번만...이라는 간절함을 하늘로 전달했다.
췌장암 말기라는 병명으로 2년동안 투병을 하는 친구의 간절함도 들어주지 않는 하늘로 향한 기도는....
암세포가 줄어들어야 생명을 연장하는데, 암세포가 더 커졌다는 통보는
친구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친구 때문에 우울해진 마음은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췌장암 말기라는 병명으로 투병하는 친구에게 병원의 통보는 최악이었고
가을이 예쁘게 익어가는 이런 가을을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가슴이 무너지는 한숨뿐이다.
가을 산책길에서 만나는 것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이런 가을을, 죽음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 하고 있을 친구가 생각난다.
제발......친구에게 가혹함이 없기를
정말 예쁜 모습이다.
윤기 흐르는 밤톨이 귀엽다.
땃두릅(독활)꽃이 하늘을 향해 간절함을 전하는 것 처럼 보여진다.
비수리꽃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릴수도 있다.
참취꽃
산책길 야산에서 식용버섯을 만났다.
어린시절에 많이 먹었던 야생버섯이었기에 무척 반가웠다.
산딸나무 열매
추명국(秋明菊)
가을을 밝히는 국화라는 뜻의 '추명국'은 흰색과 분홍색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붉은 색 보다 흰색의 추명국이 더 예쁜 것 같다.
추명국 (대상화)
한국(제주도), 일본, 중국 등지에서 분포한다는데
집주변과 동해남부 사찰에서 가을에 많이 핀다.
탱자
이렇게 많은 탱자가 익어가는 풍경은 난생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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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가을하늘에 잘 어울리는 탱자를 혼자 보기에는 정말 아까웠다.
생명이 하루 하루 꺼져가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텃밭에 심은 '수수'에게 꼭 이런 모자를 씌워야 하는 것인지
밤이 여물어가고 있고, 김장배추가 예쁘게 자라고 있는 가을이다.
수수가 빨간 모자를 썼다는 것은 가을이 예쁘게 익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전화 통화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픈 친구가 이 가을을 잘 넘겼으면하는 바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