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날씨가 아무리 추워봤자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별로없는 부산에도 이번 겨울은 혹독했다.
부산이 그러한데, 다른지방에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추운지방에서 태어나 성장한후 어른이 되어서, 따뜻한 겨울이 꽤나 불만스러운....
더구나 눈이 내리지 않는 부산에 내려와 살다보니 어느새 사는 곳에 적응이 된 것인지
아니면 혹독한 날씨에 면역이 떨어진 것인지?
춥다는 것에 겁을 내는 추위바보가 되었다.
몸의 컨디션이 추위로 좌우 되는 병약함에 10월말 부터 내복을 입고 살았는데....
아무튼 올해들어 가장 추운 날에 대전역에서 친구들을 만나기위해 KTX열차를 탔다.
부모님 묘소가 있는 고향갈때와 동생네 집이 있는 서울 갈때 입기위해 준비해둔 모피쟈켓이
해마다 장농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옛친구들 덕분에 오랫만에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촌놈 겁주듯이 .... 얼마나 방송에서 추위를 강조했는지
얼어죽지 않을 만큼 옷을 껴입고, 대전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기분은 소풍가는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빠르게, 빠르게 달려가는 KTX 열차안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무언가 부족한듯 보인다.
충북 영동쯤에서 부터 하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 살다보니, 언젠가 부터는 눈에 대한 그리움이 생긴 것 같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많이 흔들린 것 처럼 보여진다.
요즘 처럼 초등학교 친구라고 하는 것 보다, 예전처럼 국민학교 친구라고 하는 것이 더 정감이 가는 친구!
국민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예전 보다 더 애뜻하고, 즐겁고, 설레인다는 것은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정직한 것이라고 말해야 될 것 같다.
국민학교 졸업후 40년만에 처음 만나는 친구
16년만에 만나는 친구
5년만에 만나는 친구들
마음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막연한 그리움 때문인지
늙어가고 있는 마음속에 생겨나는 것은 한없는 그리움뿐인 것이 첫번째 이유인 것 같고
두번째는 자꾸만 병약해지는 건강 때문에 이제는 한번이라도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오랫만에 바깥나들이를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다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다.
평균 수명을 따지고, 100세 시대를 운운 하는 요즘이지만,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어보면
공연한 서글픔에 마음을 슬프게 한다.
살기위한 몸부림속에는 어릴때 어울렸던 국민학교 친구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고향과도 같은 막연한 그리움을 토해내는 것들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릴적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두배가 되는 것 같다.
'튀김소보로'는 성심당이라는 빵집에서 만드는
대전역의 명물이라고 한다.
헤어짐이 아쉬워 무언가 손에 들려보내고 싶어하는
친구가 사주었다.
대전역 성심당 빵집의 '부추빵'도 맛이 있었다.
눈깜짝할새에 달려가는 KTX열차에서 찍은 풍경
바로 앞에 있어도 알아볼수 없어서 지나칠 수 있는 얼굴들은 세월 때문이고, 산다는 것이 이유이다.
정신없이 사느라고 바빠서 자주 볼 수 없었기에, 변해가는 친구의 얼굴도 기억을 못했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앞에서 어린소녀가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고 자랑을 했다.
지나간 세월을 망각한채 지금이라도 서로를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들을 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시골학교였기에 동기동창생들은 겨우 120명이었다.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동창회와 총동문회, 그리고 학교에서의 여러가지 행사
어쩜 그리도 학교 졸업한지 40년 동안 한번도 참석을 못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세월이라면, 뒤돌아보고 따져묻고 싶어진다.
시간 가는줄 모르는 수다방은 늦은 저녁 까지 이어졌고, 또다시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날수 있음이 어째서 차일피일 시간만 미룬 것인지
그냥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 할뿐이다.